소방서 사다리차 안펴져 이삿짐센터 사다리차로 구조…소방당국 허술한 위기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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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한 시민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대피하고 있다. [사진 독자]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한 시민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대피하고 있다. [사진 독자]

충북 제천의 한 복합상가건물에서 21일 대형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한 가운데, 구조 현장에 소방서 굴절차(고층건물 구조용 사다리차)가 출동했으나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이삿짐센터 사다리차가 급하게 대체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갈수록 고층건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화재 대응 장비 부족ㆍ노후 등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고현장 목격자 A씨(67)는 “구조대 차량이 빨리 도착한 건 같은데 고층건물 구조용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며 “구조대가 뒤늦게 이삿짐센터 사다리차를 불러 건물에 있던 주민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구조가 2시간 넘게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화재신고 직후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할 때는 약 27m 높이의 굴절차 1대만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굴절차는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사다리차가 없어 건물 안에 있던 일부 사람들이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구조 작업이 지연되자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방당국은 이삿짐센터 차량을 동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해당 스포츠센터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초기 진입이 늦어진 탓에 초동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스포츠센터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서 출동 초기에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7∼8m의 도로 폭도 확보되지 않아 화재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 목욕탕과 헬스클럽에 있던 사람들이 연기 때문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로 인한 질식사가 주로 2~3층 사우나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사우나 시설 외부가 통유리로 막혀 있고 유독가스가 많이 올라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토대로 사망자의 신원과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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