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북한에 '이것' 건넸다

중앙일보

입력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UN) 사무차장은 북한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건넸을까.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유명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펠트먼은 북한에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책임을 다룬 책 『몽유병 환자들: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으로 향했나』(The Sleepwalkers: How Europe Went to War in 1914)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기고문 ‘북한은 전쟁을 막으려 하는 유엔 특사에게 무엇을 말했나’에서다.

그는 “펠트먼은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충돌이 위험하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보다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북한 리용호 외무상에게 『몽유병 환자들』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역사교수인 크리스토퍼 클라크가 쓴 이 책에는 1차 대전의 책임은 독일뿐 아니라 참전국 모두에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3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는 등 호평받았으나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이그나티우스는 또 소식통들을 인용해 “펠트먼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친서도 함께 전달했다”고 적었다.
당시 펠트먼은 북한 측과 15시간 30분간 대화를 나누며 ‘2009년 중단됐던 군 연락 채널을 복원해 우발적인 전쟁의 위험을 줄일 것’,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음을 알릴 것’, ‘유엔 안보리의 비핵화 결의를 이행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이그나티우스에 따르면 이 요구사항들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 회담 당사국들과 검토한 내용이다.

관련기사

그는 “2017년의 몽유병 환자들은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충돌 직전에는 절벽의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썼다. 또 “펠트먼이 전한 사무총장의 친서에는 북한이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북한이 회피하려는 바로 그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북한은 협상을 바라지만, 최대의 힘을 가진 위치에서 협상하고자 한다”고 썼다.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에 동의했지만, 아직은 그럴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단 것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