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바래지 말고 바랍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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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연말이면 문자 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2018년은 더욱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래” “내년에도 항상 건강하길 바래요” 등과 같은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여기엔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

어떤 일의 상태가 생각이나 바람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할 때 이처럼 ‘~길 바래’ 또는 ‘~을 바래’라고 쓰곤 한다. 그러나 ‘바래’는 틀린 표현으로, ‘바라’로 고쳐야 한다.

이런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바래다’가 아니라 ‘바라다’가 바른말이기 때문이다. ‘바라다’의 어간 ‘바라-’에 어미 ‘-어/아’가 붙으면 ‘바라아’가 된다. 모음 ‘ㅏ, ㅓ’로 끝난 어간에 ‘-아/-어, -았-/-었-’이 어울릴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규정에 따라 ‘바라아’는 줄어든 형태인 ‘바라’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운 방학 보내길 바라”에서와 같이 ‘바라’라고 써야 한다.

‘바라다’를 명사형으로 표현할 때도 “나의 바램은~”과 같이 ‘바램’이라고 잘못 쓰기 쉽다. 그러나 이 역시 ‘바라다’의 어간 ‘바라-’에 ‘-ㅁ’을 붙여 명사형을 만들어 주면 되므로 ‘바람’이라고 해야 한다.

‘바래다’는 “누렇게 바랜 편지”에서처럼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변색을 의미할 땐 ‘바래다’, 소망을 의미할 땐 ‘바라다’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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