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질보다 양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 영어 공부에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도 영어 실력은 좀체 향상되지 않는다. 월 2만원이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12steps'가 나왔다. 하루 20분 정도씩 매일 공부하면 된다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카멜프레스=오재혁]

말은 엄마.아빠에게서 배운다. 선생님에게서 배워 말하게 된 건 아니다. 엄마가 주는 젖과 우유를 먹으며 '엄마' '맘마'라는 말을 먼저 하고 그 후 주변 사물과 접촉하면서 차츰 더 많은 말을 배우게 된다. 여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말을 익힌 다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서 교사로부터 글을 배운다.

영어는 어찌 학습하나. 우리말 배우듯 엄마.아빠에게서 자연스럽게 보고 들으며 익히는 게 아니다. 교육 전문가인 선생님에게서 배운다. 교사가 가르치는 대로 먼저 글자(알파벳과 단어)를 익히고 그 글자를 읽고 보면서 말을 배운다. 우리말.글을 배우는 것과는 순서가 거꾸로다. 그 후에도 학교 교사나 학원.과외 선생으로부터 오랜 기간 영어를 배운다. 그것도 월 수십만 원을 들여 공부한다. 우리가 들이는 영어 학습비가 연간 5조원이나 된다는 추정치도 있다.

결과는 어떤가. 돈 한 푼 안 들여도 우리말은 잘 하지만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왜 그럴까. ㈜LiveABC 한상진 대표는 말한다.

"영어는 학습의 질이 아니라 양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대개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학 공부는 그렇지 않다고 그는 소개한다. 좋은 학원에서 실력 있는 선생에게 1주에 몇 시간씩을 잘 배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영어와 빈번히 접촉하며 보내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의 환경에 노출돼야 한다. 외국인 애인이나 친구를 두면 영어 회화 능력이 쉽게 향상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영어마을과 같은 비싼 가상체험 교실에 학생들이 몰려들고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 가며 자녀들을 조기 유학시키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3개월 완성' 등을 내세우며 단기간에 영어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학원이나 학습 교재들이 있다. 한 대표는 "그건 다 상술이다. 영어는 절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엄마.아빠'를 배워 말하는데도 몇 년이 걸렸는데 단기간에 어찌 영어를 완성하겠는가. 수년간 꾸준히 해야 영어는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잘못 되면 다들 '남의 탓'이라고들 한다. '나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죽하면 '내탓이오' 운동을 벌었으랴. 하지만 영어 공부에서는 그렇지 않다. 많은 돈을 들여 학원에서 공부하거나 교재를 사고도, 영어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은 '내 탓'이라고 대부분 인식한다.

선생 탓이라거나, 학원 탓이라거나, 교재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공부 못하는 내게 전적인 잘못이 있다고 자책한다. 영어 학원이나 교재 메이커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어정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작심하고 영어 공부에 나서지만 대부분은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 너무 힘들고 지겹기 때문이다. 이를 지속하도록 관리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돼야 한다. 무엇보다 적은 비용으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영어 회화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과 승진에 영어 회화 능력을 반영하고 있고 LG그룹은 조만간 영어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영어로 말할 수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누구나 영어를 잘 하고야 싶지만 돈이 많이 들어 문제다. 영어 능력의 차이는 빈부 격차만큼이나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에서도 강남.북이 다르다. 강남 사람과 강북 사람은 영어 발음부터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있는 사람은 영어도 잘하고 그래서 더 좋은 삶을 누리고, 없는 이는 영어를 못하고 그래서 있는 자에 더 예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년간 많은 돈을 지속적으로 들여 공부해 봐도 여간해서는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영어 때문에 고민이다. 누구나 영어의 속박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부자든 빈자든, 서울이든 지방이든, 싸고 재미있게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이른바 '영어의 독립운동'을 표방하고 나선 학원이 있다. SDA삼육외국어학원이다. 비싼 영어 선생이나 교재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한다. 어렵고 지겨운 영어 회화 학습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다. 영어 능력 부족에서 오는 열등감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다. 전국 어디서나, 중산층을 물론 서민들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영어 회화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삼육어학원은 그 실현을 위해 새로운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6일 내놨다. 월간 영어회화 전문 학습지 '12steps'다.

12steps는 기존 영어 학습프로그램과는 격을 달리한다. 세계적 IT기술을 영어 학습에 적용했다. 김시영 원장은 "10여년간 세계적 IT기술진 120여명이 모두 3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싸다. 김 원장은 "한달에 2만~3만원으로 매일 30여분만 꾸준히 투자하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영어 회화를 할 수 있다. 영어 학습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이 운동의 확산을 위해 조만간 영어 자원 봉사단도 만든다.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