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의 '강금실 춤 발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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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에서 둘째)이 5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 등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왼쪽)가 5일 당사에서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추가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은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들에 대한 모욕 아닌가."(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열린우리당이 5일 이 시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시장의 3일 발언 때문이다. 이 시장은 한나라당 출입 여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 공무원들은 좋아할 것"이라며 "강 전 장관은 노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하니까 공무원들은 매일 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 전 장관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다. 강 전 장관은 2004년 7월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춤을 배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우리 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 시장은 기자들에게 "이영애나 배용준이 좋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나오면 찍겠느냐"고도 했다. 강 전 장관이 인기가 높다고 해서 표를 많이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발언이 보도되자 이 시장 측은 "기자들에게 농담처럼 했던 말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5.31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밀릴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공세를 취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의 지지율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높게 나오는 것을 이 시장이 상당히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이 같은 자리에서 "당의 긴장이 풀려 있다. 해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며 이례적으로 한나라당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이 시장의 강 전 장관 공격에 대해 여당에선 정 의장이 맞대응했다. 그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장의 발언은 서울시 공무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적절치 않은 말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거북이처럼 뚜벅뚜벅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이 시장은 그냥 토끼가 아닌 '오만한' 토끼"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 의장은 1월 인터넷 매체들과의 간담회에서 강 전 장관에 대해 "정치보다 춤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를 강력하게 고사할 때다.

강 전 장관의 춤을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지자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서는 홍준표 의원은 5일 "일꾼과 춤꾼의 차이를 서울 시민이 알 것으로 판단한다"며 가세했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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