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대만→마카오 루트로 북한산 100달러 위폐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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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비밀조사팀은 2004년 5월 마카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북한의 위폐 거래 조직을 급습, 대만인 조직책과 중국계 호주인 유통책 등 두 명을 체포했다. 22만 달러 상당의 위폐도 현장에서 압수했다. 모두 100달러와 50달러짜리 지폐였다.

조사 결과 위조 지폐의 주문처는 대만의 한 지하조직이었다. 대만 조직원들은 10여 년간 평양의 고위 관리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액수를 주문했다. 수퍼노트는 주로 평남 평성시 평양상표인쇄소와 '62호 제조창'으로 불리는 국립조폐공장 등에서 인쇄된 것으로 추정됐다.

주문된 위폐는 북한 국립항공사인 고려민항 편으로 마카오 유통책에 전달됐다. 미국이나 홍콩 수사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외교관 여권 소지자가 직접 전달하거나 외교행낭을 활용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고려민항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평양과 마카오를 오갔다.

이들 위폐는 통상 진폐와 절반씩 5만 달러 묶음으로 운송되며, 위폐 1달러당 50센트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매입 대금은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와 중국은행의 홍콩본부 자회사인 지유(集友)은행 계좌로 송금됐다. 미국은 지난해 9월과 최근 이들 은행의 계좌를 폐쇄토록 조치했다. 특히 북한은 적발될 경우에 대비해 위조 방식을 꾸준히 업데이트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위폐를 주문하는 대만 조직원과 마카오에 기반을 둔 유통 조직원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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