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이종명 ‘댓글부대 불법지원’ 부인…“범죄집단처럼 만들어”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댓글 부대' 이른 바 '사이버 외곽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좌)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김상선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댓글 부대' 이른 바 '사이버 외곽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좌)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김상선 기자

‘민간인 댓글 부대’(사이버 외곽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의 첫 재판에서 자신들의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전반적으로 (관련 혐의를) 다투는 취지”라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어떤 부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검찰의 수사기록 복사가 완료되면 다음 기일에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장 변호인 역시 “일단 전체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말하며 “이 사건은 마치 국정원의 원장이나 차장, 단장들의 행위를 범죄집단인 것처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검찰의 수사) 기록을 복사해서 봐야겠지만, 범죄 관여 사실을 부인한다”며 거듭 밝혔다.

아울러 “이종명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지위에 있었더라도 그 일이 위법이라는 걸 인식해서 막을 수 있었냐는 부분도 다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시점으로 현재 혐의에 대한 불법성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은 준비기일으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의 경우 직접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기록을 복사하고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해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한 달여 뒤인 내년 1월 16일로 잡았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장 사건에 공소사실이 일치하는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재판을 병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과 연계된 사이버 외국팀의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을 지원하고자 800회에 걸쳐 국정원 예산 63억원가량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차장은 이 가운데 47억원의 불법 예산 지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원 전 원장은 또 심리전단과 연계된 우파단체 집회나 우파단체 명의 신문광고 게재 등의 명목으로 1억5000여만 원을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중 4100만원 집행에 이 전 차장도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