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모비스의 막판 고비 유재학의 '작전타임'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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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농구 모비스가 2005~2006 정규리그 선두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31일이다. 당시엔 반짝 선두처럼 보였다. 크리스 윌리엄스의 개인기와 지독한 수비 농구로 승수를 쌓았기 때문에 곧 '밑천'이 드러날 것 같았다. 그러나 모비스는 정규리그를 9경기 남긴 3일까지도 선두다. 시즌을 앞두고 '잘해야 중위권'으로 평가된 모비스가 어떻게 선두를 지키는 걸까. 라이벌팀 감독이나 방송 해설자들은 '유재학(사진)의 힘'을 꼽는다. 삼성의 안준호 감독은 "윌리엄스 말고는 돋보이는 선수가 없는데도 시즌 우승을 다투다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엑스포츠의 박종천 해설위원은 "판단이 빠르고 상황에 맞춰 교체 선수나 작전을 적절히 선택한다"고 칭찬했다.

사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자다. 지난해 10월 12일 중앙일보 설문조사 결과 모비스는 쉽게 흔들리는 팀, 우승 가능성이 작은 팀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가장 수비가 강하고 작전이 다양한 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수비와 작전은 감독의 몫이다. 그러나 유 감독이 지금 고비를 맞았다. 무릎 부상으로 12주 진단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간 센터 로데릭 라일리(2m4㎝) 대신 뛸 선수를 찾지 못했다. 미프로농구(NBA) 출신의 존 토머스(2m5㎝)와 접촉했으나 계약에 실패했다. 급한 나머지 지난 1월 퇴출시킨 벤 핸드로그텐(2m3㎝)까지 수소문했지만 전화 불통.

유 감독은 "최악의 경우 다음 주 열리는 세 경기(5일 KT&G, 8일 SK, 10일 삼성)를 외국인 선수 없이 치러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물론 다양한 협력수비와 함정수비 등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다. KT&G나 SK는 높이로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 아니므로 해볼 만하다. 하지만 올루미데 오예데지(2m1㎝)-서장훈(2m7㎝)-네이트 존슨(1m96㎝)이 버티는 삼성은 힘든 상대다.

모비스는 뜻하지 않게 마지막 라운드의 주인공이 됐다. 모비스가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리그 판도가 달라진다. 모비스와 2위 동부의 승차는 1경기, 3위 삼성은 1.5경기다. 모비스가 부진해 3위 이하로 처지면 중위권 팀들의 추격을 받게 된다. 4위 KTF와 9위 KT&G의 승차도 2.5경기에 불과하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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