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접 언급 피한 정상회담…文 "한·중은 운명적 동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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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2시간 7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당초 예정됐던 확대정상회담(30분)과 소규모 정상회담(40분)보다 두 배 가까이 길어졌다. 두 정상의 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북한이 ‘핵무력 개발’을 선언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방문해 이뤄진 회담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2017.12.14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2017.12.14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은 운명적 동반자”라며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열린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사드’를 언급하는 대신 우회적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ㆍ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며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아 관계를 개선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양국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2017.12.14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양국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2017.12.14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회담은 공식 환영식에 이어 ‘확대→소규모 정상회담’ 순으로 진행됐다. 통상 주요국 정상회담이 정상간의 단독 회담에 이은 확대정상회담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랐다. 소규모 회담에는 각 분야의 참모가 배석하는 확대회담에 비해 축소된 특정 분야의 참모만 참석했다. 이날 소규모 회담에는 강경화 외교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보 이슈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경제 분야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이라며 “양국이 미래성장 동력을 함께 마련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의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가길 원한다”며 “정상 간의 신뢰와 우의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양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단단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과도 나왔다. 양국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한ㆍ중은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2015년 1차 FTA가 발효되면서 제외했던 서비스와 투자 분야로 FTA를 확대시키는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 양국은 또 미세먼지 대응 협력 등 7건의 MOU도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양국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2017.12.14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양국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2017.12.14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인 경호원, 기자 폭행=이날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는 중국인 경호요원이 한국 기자들을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취재 과정에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고용한 현지 경호요원 10여명이 한국 기자를 끌고가 쓰러뜨린 뒤 발길질을 했다.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에 강력 항의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베이징=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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