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인구수 엇갈린 희비 … 세종시 웃을 때 대전시는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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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전지역 의 대부분의 택시가 ‘세종시=행정수도반대’스티커를 부착하고 운행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지역 의 대부분의 택시가 ‘세종시=행정수도반대’스티커를 부착하고 운행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 건설로 대전은 피해만 보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 건설로 수도권에서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은 개발 효과를 누리고 인구도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다.

세종시 건설로 대전 혁신도시 배제 #공기업 지역인재 우선 채용서 제외 #인구도 5년간 7만명 세종시로 유출 #불황 대전 택시 행정수도 반대운동

대표적인 게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문제이다. 정부는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토록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1월 8일 입법예고 했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채용인원의 일정 비율(30%)을 해당 시·도 지역 고교 또는 대학 출신을 선발해야 한다. 지역 인재 채용 의무화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시행령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은 전국에 109곳이 있다. 이 가운데 세종시에는 19곳으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국토정보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이 주요 기관이다.

하지만 대전은 단 한 곳도 없고 충남은 한국중부발전㈜와 한국서부발전㈜ 등 2곳에 불과하다. 대전과 충남에 해당 공공기관이 없거나 극히 적은 이유는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건설 대상지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대전은 비상이다. 대전시는 지역인재를 해당 지역(시·도)이 아닌 권역 별(대전·세종·충남 등)로 선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와 각 정당에 건의했다. 대전은 이 같은 방안을 세종시에도 제안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도 최근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우선 채용 시 대전·세종·충남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방안을 협의해 줄 것을 세종시장, 충남도지사, 대전시장 권한대행에게 요청했다. 조 의원은 “대전에는 15개 대학에 14만 5000여 명이, 충남에는 21개 대학에 20만 3000여 명의 학생이 있지만 타 시·도의 학생 만큼 공공기관 취업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세종에는 대학이 2곳에 불과하니 대전·세종·충남으로 권역화해 보다 많은 학생에게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은 세종시 출범(2012년 7월) 이후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종시 출범 이후 약 5년 동안 대전에서 세종시로 유입된 인구는 2016년 말 기준 6만 6855명이다. 대전시 인구는 2013년 말 153만 2811명에서 2016년 151만 4370명으로 감소했다.

대전 인구감소는 택시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대전지역 택시 8667대 가운데 법인택시 3300대는 ‘세종시=행정수도 개헌반대’ 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대전지역본부 등은 “대전시 인구 7만이 세종시로 빠져나가 대전 택시 174대가 줄었는데, 세종시는 인구가 늘어 70대가 늘었다”며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면 대전인구가 더 줄 것”이라고 했다. 전국택시산업노조 대전본부 전근배 부의장은 “대전의 정치권과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세종시로 인한 대전의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세종시 건설이 대전과 충청 지역에 혜택을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갖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대안을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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