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 될라 … 보증보험 1년 새 60%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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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세보증금을 지켜주는 ‘전세금 보증 보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입주 물량 증가 여파로 집값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세 세입자의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전세금 보증 보험은 집주인이 집값 하락 등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보증 기관이 대신 전세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올해 3만9245 가구 8조원대 가입 #보증금 3억이면 보험료 76만 원대

늘어나는 전세금 보험 가입

늘어나는 전세금 보험 가입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3만9245가구, 보증금 규모는 8조46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실적(2만4460가구, 5조1716억원)보다 각각 60%, 64%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SGI서울보증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가입자 수도 1만6283가구(2조4220억원)로 지난해 실적(1만5705가구, 2조3446억원)을 넘어섰다. 황성태 HUG 개인보증팀장은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가입자가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깡통 전세(집값이 전세금 이하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주택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입주를 마쳤거나 할 예정인 아파트는 17만4000여 가구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42% 급증했다. 내년엔 이보다 많은 21만6000여 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것도 한몫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이나 지방의 경우 세입자가 역전세난에 대비해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금 보험 상품은 HUG와 SGI서울보증 등 두 곳에서 판매한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 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다. HUG 상품은 전세금이 수도권 5억원 이하, 그 외 지역은 4억원 이하여야 가입할 수 있고 SGI서울보증 상품은 전세금 액수에 제한이 없다. HUG의 연간 보증료율(아파트 기준)은 전세금의 0.128%다.

전세보증금 3억원인 아파트를 2년 계약하면 76만8000원(3억원×2년×0.128%)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셈이다. SGI서울보증 상품은 연 0.192%다. 두 상품 모두 보험에 가입한 보증금 전액을 보장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엔 전세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어 전세금 보험 가입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깡통 전세’ 우려를 덜기 위해선 전세금 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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