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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 갖춘 사람 드물다" 인재난 암시|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삼청동 조각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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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각작업이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노태우 당선자·이현재 총리내정자·홍성철 비서실장내정자·이춘구 취임준비위원장 등 4자는 조각발표가 임박해옴에 따라 16일에는 심야모임을 포함해 세 차례나 회합, 인선의 폭을 상당히 좁혀놓았다.
4자는 이날 낮 삼청동 당선자 접견실에서 점심을 시켜다 들며 2시간에 걸쳐 조각서류를 만졌고 노 당선자의 일본언론들과의 인터뷰가 끝난 직후 다시 만나 1시간동안 협의를 갖는 등 자정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4자는 원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서류를 장시간 들추며 실질적인 작업을 하는 관계로 정장의 불편을 덜기 위해 노 당선자가 『상의를 벗고 하자』고 제의, 모두 와이셔츠 차림의 활동적인 차림으로 마주앉는 등 새 면모를 과시.
취임준비위 자문위원들과의 만찬일정 때문에 두 번 째 모임이 1시간여 밖에 여유가 없자 만찬 후 삼청동의 노 당선자 임시사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3차 모임은 자정까지 계속.
심야모임에는 『혹시 내정자들을 불렀을지도 모른다』는 사이 돌아 보도진들이 사저근처에서 출입자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등 모두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 모습들이었다.
회담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인선의 폭이 점점 좁혀져 심야회담 후에는 거의 모든 부처가 2배수 정도로 압축.
2차 모임이 끝난 뒤 이 총리내정자는 『각 부처 별로 평균 3배수 정도로 요약됐다』고 말했으나 3차 심야모임 후 홍 비서실장내정자는 『평균 2배수로 압축됐다』고 흘림으로써 심야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
이 총리내정자는 인선이 시원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새 정부에 알맞은 참신성과 일을 수행하는 능률성, 개개 인물의 증후감 등을 골고루 고려하다보니 이 세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며 인재난을 암시.
이 총리내정자는 2차모임 후 『23개 부처 가운데 5분의1 정도는 거의 결론에 도달한 상태』라고 진행속도를 알려준 뒤 『이들 인사들에 대해서는 네 사람이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어 결론이 쉽게 났다』며 이중에는 유임 및 신임인사가 모두 포함돼 있음을 공개.
인선작업의 진행방식은 당 및 각 기관에서 올린 차관급 이상에 상응하는 인사 명단을 놓고 특정인이 거명될 때마다 이 자료를 들추며 각자가 인물평을 하는데 이 자료에는 정부·국영기업체·사립대총장들까지 총망라돼 있다는 것.
이러한 인물평에 따라 2∼3배수로 인선 폭이 압축되면 노 당선자가 낙점을 보류하고 『다음 부처로 넘어가자』 고 제의해 전체적으로 후보자수가 엇비슷하게 균형을 이뤘다는 것.
후보 정리가 가장 어려운 부처는 문공부와 문교부.
이 총리내정자는 『문공부는 언론계 인사와 문화계 인사 등 그 대상 범위가 광범한데다 다사제제해 압축이 어려웠고 문교부 역시 대학총장·교수·문교행정가 등 비슷한 적임자가 많았다』고 소개..
회의가 끝난 후 이 총리내정자는 0시15분쯤 귀가,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국정의 계속성을 고려해 5∼6부 장관의 유임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혀 외무·내무·법무·건설·체육장관 등의 유임을 시사.
0시30분쯤 자택에 돌아온 홍 비서실장내정자는 『오늘은 청와대비서실 인선보다 내각 쪽을 주로 논의했다』면서 『아직 각료내정 사실을 통보한 사람은 없다』고 설명.
16일 2차 모임이 끝난 뒤 홍 비서실장내정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빠르면 17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비서진 인선은 거의 끝났음을 암시했는데 뒤이어 열린 심야 모임에서 수석비서관 인선의 매듭보다 조각에 치중해 결국 수석인사도 내각발표 때 함께 하기로 결정.
다만 취임행사 등 일 처리에 꼭 필요한 공보수석만 먼저 발표키로 합의.
심야모임 후 홍 실장은 『거의 모든 부처가 2배수로 압축되었으나 내각 전체의 연령·지역·출신학교 등을 조정하는 일이 남아 17일까지 빠듯하게 작업하고 구정인 18일에는 내정자들과의 개별면담이 있을 것』이라고 해 삼청동 조각본부에 입각 대상자들이 직접 나타나 교섭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일 듯.
홍 비서실장내정자는 경제팀의 총수인 부총리 인선에 언급, 『실물경제 인사와 학계출신 인사로 압축되었으나 마지막에 새 사람이 추가돼 2배수에서 2·5배수로 되었다』고 밝혀 새 사람이 유력시되고 있음을 은연중 암시.
심야모임에서 유임각료가 최종 결정된 듯.
홍 비서실장내정사는『국정의 연속성도 고려하고 총선도 치러야하며 총선 후 민정당의원의 입각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5∼6명 정도는 유임될 것』 이라며 몇몇 부처를 거명.
새 정부에 야당인사를 기용하겠다는 약속은 「야당의 공식추천」이라는 조건이 붙어 불발될 듯.
취임준비위 강용식 대변인은 16일 오후 국회로 채문식 민정당 대표위원을 방문해 야당각료추천통보사실을 미리 전하고 김용채 공화당사무총장을 만난데 이어 박종률 민주당사무총장·김령배 평민당사무총장에게 입각인사를 추천해줄 것을 정식 요청.
한 고위소식통은 『야당, 특히 평민·공화당 소속 중에서 간접 채널을 통해 입각의사를 표명해온 사람은 의외로 많다』고 몇몇 사람을 거명까지 하곤 『그러나 자칫 잘못 이들을 기용될 경우 야당에서 빼내왔다는 비난만 받게된다』고 고충을 설명.
그는 『당 공식추천이 있는 인사만 가용키로 원칙을 세웠는데 선거를 앞두고 추천할 야당이 어디 있겠느냐』고 회의적.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자리가 부총리.
16일 심야모임에서 이승윤 전 재무장관·장덕진 전 농수산장관·정수창 대한상의회장·강경백 민정당정책조정실장에 대해 집중 검토.
당초 물망에 올랐던 나웅배 상공장관은 이 총리내정자와 비슷한 경력이 결국 부담이 됐다는 것이며 박봉환 증권감독원장은 호남출신 우대론에 따라 거명되는 정도고 최창낙 동자장관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후발 대타로 물망.
그러나 한 관계자는 『교수는 부총리로 기용되기 어려울 것이며 현직장관도 어렵다』고 말해 조정서울대교수 등은 제외됐음을 시사했고 나 상공·최 농자장관 모두 유망에서 무망 쪽으로 후퇴.
부총리 다음으로 인선에 곤란을 겪고있는 재무장관 자리는 부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민정당재무장관의 유임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
경질될 경우 최 동자장관이 「수평이동」을 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으나 『현직각료의 부처이동은 없다』 는 얘기가 심야모임 후부터 나돌아 이 역시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상태.
각료인선의 또 다른 관심은 현직 차관 중 몇 명 정도가 승진할 것이냐는 대목.
조각본부 주변에서는 문희갑 경제기획원차관, 최장수 차관급인이규성총리행조실장,이봉서동자차관등의 승진이 점쳐지고 있으며 4자구수회의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됐다는 후문.
이에 따라 이 총리행조실장은 재무장관이 교체될 경우 장관으로 금의환향하거나 동자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나돌고 있으며 이 동자차관은 승진, 문 차관은 다른 경제부처장관설이 유력.
이밖에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김종건 법제처장 후임에 박윤취 차장의 승진설이 파다.
이번 인선작업에서 지역안배문제는 이를 너무 강조할 경우 지역감정을 역설적으로 되살리고 책임행정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이 강조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호남출신 기용문제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는 것.
호남출신으로 이환의 전MBC사장이 심야모임 전후에 문공장관으로 강력 거명되고 있는데 이전사장은 광주에 체류 중 16일 급 상경해 삼청동집무실로부터 조각과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았느냐는 소문이 나도는 상태.
지역배려와 관련해 농수산장관에 윤근환 농협중앙회장, 총무처장관에 김창식 평통사무총장 등이 거의 확정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
국방장관에는 유임권유를 받고있는 정호용 장관이 원체 강력히 고사해 경질되면 오자복 장군으로 굳어질 것 같다는 얘기며 일부에서는 부총리 기용설이 있는 장덕진씨가 『노동장관을 맡으면 잘해낼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있다.
전문인사, 실무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기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룡태 한국데이터통신회장·박태원 과학기술자협회장이 체신·과기처장관후보로 부상.
여성장관을 1∼2명 기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의숙 이대총장·김문희 한국걸스카우트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정무 제2장관을 여성담당으로 해 김옥렬 숙대총장이 강력히 대두.
한편 문교장관은 노 당선자가 학원 문제에 정통한 총리가 알아서 하라고 말해 이 총리내정자에게 전적으로 일임.
청와대비서진영은 노 당선자가 「측근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강해 되도록 선거 때의 핵심참모들을 적게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이에 따라 기정사실로 돼있는 취임준비위의 최병렬·현홍주 의원의 비서진 기용은 『둘 중 하나는 빠질지 모른다』는 설에 따라 「유동성」을 띠고 있으며 강용식 의원은 이런 원칙에 따라 정부의 차관 또는 다른 자리로 옮긴다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공보수석으로 발탁된 이수정 MBC전무는 지난 선거 때 노 당선자의 이미지 메이킹에 큰 역할을 한 것 등이 인정됐다는 후문.
경제수석으로는 경제기획원의 문희갑 차관·진념 차관보가 함께 거론됐으나 50대의 학계인사가 적합하다는 촉으로 굳어져 박승 중앙대교수가 강력히 부상하고있고 최창윤 문공차관의 청와대 복귀설도 대두.
박동진 의원은 노 당선자의 사실상 외교고문을 맡아왔었고 앞으로 청와대의 외교 기능 확대와 더불어 기용설이 거의 굳어지고 있는데 교육문화특보로 거론되던 조일문 의원은 노 당선자가 좋아하는 인물이지만 서명원 문교장관을 바꿀 경우 서 장관이 더 유력할 것이라는 추측들. <문창극·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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