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국이 좋아요"|태극오리 2만마리|주남저수지서 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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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의창=김석현 기자】국제조류보호회의(ICBP)가 「사라져가는 새」로 분류, 국제보호조로 지정한 태극(태극)오리(일명 가창오리) 2만여 마리가 경남의 창군동면 주남저수지에서 월동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돼 세계학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태극오리는 70년대 이후 월동지인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지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춰 ICBP가 희귀조목록인「적색자료서」(Red Date Book)에 수록한 시베리아가 서식지인 철새로 84년 처음 주남저수지에 모습을 나타낸 뒤 조금씩 늘어나다가 올해 2만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20일부터 1주일동안 이곳에서 철새월동실태를 관찰한 경희대조류연구소(소장 원병오 교수·60)팀에 의해 밝혀져 런던에 본부를 둔 ICBP에 보고됐다. ICBP는 12일 산하 수금류 조사국(IWRB) 책임자인「스코트」박사를 통해 『대단히 놀랍다. 태극오리의 관찰내용을 사진과 비디오를 포함해 상세히 알려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조류학자 원병오 교수는 『80만평의 주남저수지와 주변환경이 먹이가 풍부한데다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철새들의 안식처로 적합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하고 『이만한 숫자면 서식지인 시베리아의 태극오리대부분이 대이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일 상오 본사 취재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2만여마리의 태극오리가 저수지양지쪽 얼음판을 뒤덮고 햇볕을 쬐다 주변 논밭으로 먹이를 찾아 떼지어 장관을 이루며 날기도 했다.
한꺼번에 솟구칠땐 수면 위 하늘이 온통 갈색으로 뒤덮였다.
저수지 옆에서 10년째 횟집을 경영해온 박해식씨(44)는 『2∼3년전부터 조금씩 모습을 보이더니 올 겨울엔 날개짓 소리가 저수지주변을 뒤흔들 정도로 많이 찾아왔다』고 반가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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