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면세점 입점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대법원이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백화점·면세점 입점 청탁 수십억 받아 #1·2심은 '3자 배임수수죄' 무죄로 판단 #대법 "딸에게 지급한 것도 배임수재" #유죄 취지 파기환송…형량 늘어날 듯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신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초밥집 프렌차이즈 업체 G사를 롯데백화점에 입점시켜준 대가로 매장 수익금 11억5600만원을 자신과 딸을 통해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기소됐다.
또 평소 친분 있던 군납 브로커 한모(59‧구속기소)씨를 통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2‧구속기소)로부터 면세점 입정 청탁 명목으로 6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밖에 아들 명의를 앞세워 자신이 실제로 운영하는 유통업체 비엔에프통상에 세 딸을 등기 임원으로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35억6200여만원을 지급하는 등 47억4000여만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도 받았다.
1심은 신 이사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여원을 선고했다. 배임수재 혐의 중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1심이 무죄로 본 혐의 외에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면세점 입점 청탁의 대가로 받은 돈을 무죄로 봤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지급한 돈이 비엔에프통상 계좌로 입금돼 신 이사장이 직접 수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2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2심은 제3자를 통해 이익을 얻어도 배임수재죄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이 2015년 5월에 개정된 점도 이유로 내세웠다. 법 개정 전인 2014년 9월에 범행한 신 이사장에게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2심은 징역 2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하지만 검찰은 개정 전 형법으로도 3자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검찰 쪽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 따라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한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회 통념상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 형법을 소급하지 않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신 이사장의 경우 롯데백화점 입점 청탁의 대가로 자신이 받아온 수익금을 딸에게 주도록 했기 때문에 신 이사장이 취득한 것과 같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받은 청탁의 대가 역시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의 계좌로 입금되었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를 유죄 취지로 돌려보냄에 따라 신 이사장의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배임수재죄의 행위 주체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는지는 증거로 인정된 사실에 대한 규범적 평가의 문제란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