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AL기 격추에 얽힌 음모론 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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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탓일까. 사람들은 늘 음모론에 매혹당한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교통사고도 알려진 것과는 다른 배후가 있으리라는 의구심, 아니 있었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다. 승객 2백69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3년의 대한항공 007편 피격사건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KAL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지 20년이 되는 날.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지만 수많은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해져만 가고 있다.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냉전의 끝물이라는 특수성 탓에 이 사건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의혹 부풀리기에 한몫했다. KAL 007편 피격 20년을 맞아 MBC와 히스토리채널에서는 KAL 피격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MBC가 1일 방영할 'KAL 007, 풀리지 않는 의혹'(밤 12시10분.사진)에는 음모론 추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여러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제기하는 의혹은 피격당한 007기 탑승객이 과연 전원 사망했느냐는 것. 당시 비행기가 미사일을 맞고도 12분 이상 계속 비행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일부 탑승객의 생존설 근거를 추적한다.

음모론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할 또 하나의 소재는 미국의 고의성 여부다. 미국이 007편의 항로 이탈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을 파헤친다.

소련의 당시 주장대로 KAL기가 미국의 정찰기 노릇은 하지 않았다 해도 소련의 군사 시설 탐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미국이 KAL기 이탈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으려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추적한다.

히스토리채널이 1일 내보낼 '냉전의 미스터리, KAL기 격추사건'(밤 9시)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은 소련의 군사적 대응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KAL 007편이 항로를 이탈하게 만들었는가, 소련은 007기가 항로를 이탈한 죄없는 민간 여객기인 줄 몰랐나 등의 의혹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분노에 찬 육성과 유족들의 증언 등을 통해 검증해본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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