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내년도 예산안을 잠정 합의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혈세를 볼모로 한 추악한 밀실야합으로 원천무효"라며 맹비난했다. 한국당 내에선 당시 협상에 나섰던 정우택 원내대표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같이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사상 최악의 예산을 밀어붙였다.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당 간에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뒷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의 카톡 사진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는 예산안 심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선거구제 개편과 같은 정당 간의 이해득실을 서로 주고받은 밀실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에서 권은희 의원이 박 원내수석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속 메시지에 따르면,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헌안 마련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다 하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확고히 추진할 것을 합의한다. 2.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3.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비리에 대한 독립적·전담 수사기관 설치를 위한 고위공자비리수사처법을 처리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장 수석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공무원 증원의 부당성과 내년에 한해 우회적으로 민간기업에 대한 최저임금 보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볼모로 한 집권세력과의 야합은 국민의 무서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 내에선 이번 잠정 합의안과 관련해 정 원내대표 책임론까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 문제에 '유보'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다.
나경원 의원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주행하는 결정"이라며 "원내대표 합의는 의총의 추인을 받지 않으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그간의 국회 관행이었던 만큼 파기 선언을 하고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도 "법인세 인상은 기업하기 더 힘들게 하는 정책이고 공무원 증원도 잘못됐다"며 "(협상) 전략, 전술이 전부 잘못됐고 여당에 말렸다"고 비판했다.
정종섭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지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협상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원내대표 사인은 의총 추인을 받지 못하면 효력이 없는 만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