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기사거리 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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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건접수 후 형사기동대를 현장에 출동시켜 즉시 사건을 접수, 처리했습니다.』-김진희 동부경찰서장.
『사건보고는 받았지만 사안이 경미해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어디 그게 기사거리가 됩니까.』-이학원 성동경찰서장.
한 사건을 두고 서로 엇갈리는 설명을 한다.
성동경찰서소속 이영기 수경(23)등 9명의 전경대원이 서울 송정동61의23 앞길에서 술에 만취, 행인 송승섭씨(20)등 5명과 시비 끝에 이들을 집단 구타, 전치 10일에서 3주까지의 상처를 입힌 것이 3일 하오11시10분쯤.
4일 0시30분쯤, 관할 송정파출소에 출동한 동부경찰서 당직 형사들은 이미 인근병원에 입원중인 피해자 5명의 진술조서를 받고난 뒤 파출소에 있던 전경대원 9명을 『신분이 확실하고 경호·경비업무 수행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조서 한장 받지 않고 원대 복귀시켰다.
당직사건기록부에도 올라가 있지 않았던 폭력사건이 사건발생 하루만에 밝혀진 것은 피해자 가족들이 경찰에 몰려와 항의한 때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동부경찰서는 4일 하오1시쯤 피의자인 전경 9명을 황급히 불러 조서를 받은 뒤 경찰서장에게 올리는 사건인지 보고서엔 『현역 전경대원이므로 각각 불구속 수사코자 한다』고 써넣었다.
시국치안의 상징물이었던 전경버스를 민생치안에 활용, 이동파출소로 운영한다는 치안본부의 발표가 있은 것이 3일. 바로 그 전경대원이 행인에게 행패를 부리고, 경찰이 그를 감싸는 모습은 경찰이 말하는 「민생치안」이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하게 했다. <김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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