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23년간 노동력 착취…60대 항소심서 감형

중앙일보

입력

(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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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23년간 농사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노동력착취유인과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사회봉사 8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해 1억2000만원을 지급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의 가족, 이웃 등이 선처를 탄원하고 2014년 실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폭행·감금·인권유린 피해를 진술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범행 정도가 유사 사안에 비해 다소 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는 1993년 7월 초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마을 이장으로부터 지적장애인 B(당시 28세·지적장애 2급)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당시 선착장에서 배회 중에 이장의 눈에 띈 것으로 전해졌다.
B씨를 집으로 데려간 A씨는 지난해 9월까지 집 옆 낡은 행랑채에 머물게 하고, 일을 시켰다.
B씨가 교회에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상시로 농사일 등을 시키는 등 23년간 최소 1억548만원 상당(최저임금 기준)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

또 A씨는B씨를 밧줄로 팔과 몸을 묶어 물웅덩이에 빠뜨렸다가 꺼내고, 손과 발로 때리는 등 폭행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사실상 A씨의 머슴으로 지내면서도 노동의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허름한 행랑채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 A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악용해 기본적 인권을 짓밟은 파렴치한 범죄”라며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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