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하워드 호주 총리, 역대 둘째 장수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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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존 하워드(67) 호주 총리가 이틀 뒤면 집권 10년을 맞는다. 1996년 3월 2일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의 폴 키팅 총리를 물리치고 정권을 잡은 뒤 세 차례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4기 연속 집권 중이다. 호주 역사상 둘째 장수 총리다. 최장수는 하워드가 이끄는 자유당의 창시자인 로버트 멘지스 총리가 1939~41년, 49~66년 등 두 차례에 걸쳐 18년6개월 집권한 기록이다.

하워드 총리의 장기 집권 비결은 바로 경제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강력한 안보 정책이 장기 집권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를 되살려 호주의 국제적 위상을 올려놓겠다"는 10년 전에 한 약속을 집권 중 실현했으며, 유권자들은 그에게 표로 화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드니에서 발행되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 27일 "최근 여론 조사 결과 '하워드가 적어도 몇 년간 총리직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85%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하워드 총리가 집권한 10년 동안 호주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실업률을 꾸준히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집권 초기 8%를 웃돌던 실업률은 계속 하락해 현재 5.1%대에 머물고 있다. 30여 년 만의 최저치다. 10년 사이 17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2만 달러에 못 미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와 함께 국민 평균 소득이 인플레이션을 크게 앞질러 국민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졌다. 10% 가까이 치솟았던 주택 대출 금리를 집권 17개월 만에 6.7%로 뚝 떨어뜨려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임금을 높여주자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 세력이었던 일부 노동자들까지 그의 편으로 돌아섰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2004년 10월 치러진 총선이 고비였다. 2003년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참여해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것 때문에 야당의 맹공을 받아 한때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경제 성장 등 업적을 내세운 선거 유세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참전에 대한 논란을 경제 성장, 강력한 국가 안보 정책, 불법 이민 근절 등을 앞세워 잠재운 것이다. 호주의 영토와 국민, 국가의 이익을 빈틈없이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며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최근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하워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당수에 대한 지지율인 28%의 두 배에 가깝다.

응답자의 58%는 호주의 이라크전 참전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하워드 총리가 경제 분야에서 이룬 업적이 그의 모든 정책적 과오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답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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