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의장요약문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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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내내 드러난 북한과 미국 간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에 따라 28일과 29일 계속된 발표문안 작업은 진통을 거듭했고 결국 공동 발표문이 아닌 의장 요약 발표문으로 결론이 났다.

발표문안 조율 작업은 28일 오전에 속개된 2일째 전체회의에서 시작됐다. 중국이 준비한 문안을 놓고 각국이 의견을 제시했으나 날카로운 북.미 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공동 발표문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두됐다.

북한은 27일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 포기 의사 표명과 미국의 불가침조약 체결 의사 표명을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이 선(先) 핵 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물론 미사일.마약.인권 문제 등 부수적인 문제도 계속 언급하자 매우 격앙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28일 오후 회의에서 러시아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대표가 북한 김영일 대표를 1시간30분 동안 설득하고 이어 중국 측 왕이(王毅)대표가 다시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늦게까지 공동 발표문 발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고 결국 29일 이른 시간부터 조율 작업이 재개됐다.

6자회담 대표진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에 모두 숙소를 나서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모여들었다. 한국 측은 위성락(魏聖洛)차석대표가 이 시각에 문을 나섰고 9시10분쯤에 이수혁(李秀赫)수석대표도 이어 숙소를 떠나 회담장으로 향했다. 한국 李대표는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전 11시)로 예정된 폐막식 전에 북한 김영일 대표를 만나 막바지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회담장 주변에서는 "미국이 폐막식 포토 세션까지 거부하는 등 격앙돼 있다" "북한은 기존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미국에 화가 나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이날 새벽 북한이 핵 실험 강행과 핵 보유 선언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워싱턴에서 흘러 나오고 북한 중앙통신이 "미국이 적대정책 전환 의사를 밝히기 거부해 다음 회담이 위기에 빠졌다"고 맞받아치면서 회담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전 11시40분 댜오위타이 회담장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폐막식이 끝난 것이다. 이어 오후 1시쯤 한국 프레스센터에 나타난 이수혁 대표는 "각국 대표가 외교채널을 통해 시기와 장소를 확정한 뒤 2차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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