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문제 적극참정으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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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7년의 6.29 선언에 이은 12.16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의 하나가 여성이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총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여성은 유권자로서의 권리행사뿐 아니라 여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많은 숫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국이 오는 3월말로 예상되는 제13대 국회의원선거를 향해 치닫는 속에, 12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일선에서 뛴 6명의 여성국회의원의 그룹인터뷰를 통해『여성과 정치』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각 분야에서 주체역할>보다 많은 여성이 국가의 정책결정권자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변화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여성국회의원들은 말한다.
숫자적로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여성은 현대생활에서 소비생활·교육·보건위생· 예술분야 등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맡고있어 관심의 깊이도, 전문지식도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분야별 전문적 식견을 가진 여성들이 법 제정이나 국가정책결정 과정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현자 의원의 얘기다.
『숫자가 질을 결정한다』는 김영정 의원은 국회 뿐 아니라 사법부·일반행정부에도 보다 많은 여성들의 진출이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경자 의원은 꾸밈이 없고 사심이 없는 여성들이 보다 많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권모술수·금전만능 등의 혼탁한 정치풍토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보다 많은 여성이 정계진출을 할 수 있으려면 우선 여성 스스로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져야한다고 김정례 의원은 주장한다.
나의 일생을 걸고 정치를 통해 자신의 뜻을 펼쳐보겠다는 뜻을 가진 사람만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결코 정계진출을 위한 프리미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남성과 동등하게, 그보다 한 걸음 앞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할 때라야만 여성은 올바른 사회인 정치인으로 인정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정치가도 보다 전문화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 만큼 사회학·법률학·경제학 등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의 숫자가 늘고 자연스레 그들이 정치로 유입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장숙 의원).
양경자 의원은『정계는 기브 앤드 테이크가 분명한 사회이니 만큼 남성과 함께 여성들도 얼마만큼 자원(지식·권력·능력 등)을 가졌느냐가 정계진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한편 김현자 의원은 종전까지 선거제도의 개선 없이는 여성들의 정계진출 확대가 요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한 선거구에서 한 정당이 1명만을 공천할 수 있는 등의 소 선거제도하에서는 여성들이 당내의 공천과정에서부터 불리하게 마련이라는 것.
여성들의 의회 진출이30∼40%이상으로 활발한 유럽제국의 경우 대부분한 선거구에서 각 정당이 2명 이상을 공천하여 당선시킬 수 있는 대선거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국회의원들은 여성 정계진출 장애요인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조직력이 약해 파워 형성을 못하는 점 ▲여성을 소외시키는 정치풍토 ▲후배를 키우지 않는 여성계 풍토 등을 꼽는다.
극히 미미한 숫자의 유림들의 목소리가 막대한 숫자의 여성들의 요구를 앞질러 해방 후 여성들의 숙원인 가족법개정안의 국회통과 실패 등은 여성들의 조직력이 약하고 파워형성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성중심의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관습과 제도는 여성을 정치로부터 소외시켜 왔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일선에서 뛰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회안의 13개 상임위원장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고, 여성은 간사조차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권력의 핵심에 접근할 기회가 거의 없이 주변만을 맴돌게되고,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보를 접할·기회도 한정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여성후보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통념은 과연 여성들의 모범이·될만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섰느냐는 데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여성이라면 가능한 한 끌어주고 밀어주어 키워주는 풍토가 안 되어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한양순 의원은 꼬집는다.

<여성단체 지원필요>
보다 많은 여성들이 국가의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성들간의 유대강화, 여성단체의 제대로 된 압력단체로서의 역할강화 등이 필수적이라는데 대부분의 여성 국회의원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여성들은 불만스런 현실에의 개선의지를 갖고 남성들이 그렇듯이 친구·동창·동향인·친지 등이 굳건한 망을 짜 각종 선거에서 그들의 대변자 여성을 보내 지원하고 당선토록 하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리라는 것이다.
또 한국 여성단체 협의회 등 여성단체는 초당적인 입장에서 여성계의존경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하여 국회로, 행정부로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정례 의원의 주장이다.
사실상 아직까지 상당수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여성 편에 서서 여성권익 보호에 앞장서기 보다는 그들이 속한 정당의 정책을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아봤는데, 이는 그들이『여성의 손에 의해 뽑힌 여성들의 대변자』란 인식을 가질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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