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변호사(60) 부부가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이촌파출소 철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파출소 철거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9일까지 3000명 넘게 서명했다고 한다.
3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 이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낸 주체는 부동산 개발·투자 등을 하는 ‘마켓데이 유한회사’라는 법인이다. 고 변호사의 아내가 유일한 임원으로 등재돼 있고, 회사 주소도 고 변호사의 사무실 주소와 같다. 소송대리인은 고 변호사다.
고 변호사 측은 소유권이 정부에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넘어간 3149.5㎡(약 952평) 규모의 이 부지를 지난 2007년 공단으로부터 42억여원에 매입했다.
지하철 이촌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이곳은 대로변에 접한 노른자 땅으로 건물을 지으면 그 가치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파출소와 놀이터가 있어 개발은 쉽지 않다.
고 변호사 측이 공단과 체결한 계약서에는 ‘파출소로 인한 부지 사용 제한 사항은 매입자가 책임진다’는 특약 조건이 들어있다. 고 변호사 측은 살 때부터 파출소로 인한 제약을 알고 땅을 샀다는 것이다.
고 변호사 측은 2013년 파출소가 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밀린 사용료 4억6000여만원과 월세 738만원을 내라고 소송을 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파출소 측이 1억5000여만원과 매월 243만원씩 고 변호사 측에 지불하라고 확정판결했다.
그런데 이 판결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1만 가구의 3만여 주민을 관할하는 파출소를 철거하라고 새로 소송을 낸 것이다. 용산경찰서 측은 가능한 월세를 내고 남고 싶다는 입장이다.
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경찰청 예산에) 이촌파출소 이전(移轉)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부득이 소송을 낸 것”이라며 “굳이 파출소를 빨리 내보낼 이유는 없고, 조정에서 원만한 해결 방법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소송은 다음달 11일 양측 간 조정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