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찰기 3대 미리 떠 감시 돌입 … 도발 직후 미사일 3발 북한 타격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보고받은 건 도발 2분 뒤였다.

문 대통령, 27일에 징후 보고받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3시17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감지한 뒤 3시19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북한 도발 6분 뒤인 오전 3시23분부터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육군의 미사일 부대, 공군의 KF-16 전투기가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육군에선 탄도미사일 현무-2A(사거리 300㎞), 해군에선 함대지 미사일 해성-2(사거리 1000㎞), 공군에선 공대지 미사일 스파이스-2000(사거리 57㎞)을 한 발씩 쐈다. 현무-2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의 주요 시설을 격파할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무기다. 이지스 구축함에서 해성-2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기사

지난해 초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공대지 미사일 스파이스-2000은 2.4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사한 미사일 세 발은 오전 3시44분 군 당국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가상 북한 미사일 기지로 설정한 지점에 명중했다. 합참은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쏜 평안남도 평성까지의 거리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도발은 우리 정부가 사전에 파악했기 때문에 신속한 보고와 조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움직임을 보고받은 건 이틀 전인 27일 오후 6시33분이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육·해·공군 합동 정밀타격훈련을 하기로 하고, 권한을 합참의장에게 위임했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를 국민에게 예고하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정식 브리핑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여러 가지로 놀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방부가 우회적으로 알리는 형식으로 했다”고 전했다.

그 무렵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의심하게 하는 북한의 전파 신호를 포착했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가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모든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공조하에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사실상 시인하는 입장을 내놓은 이유였다.

미사일 발사 전 한반도 상공에는 정찰자산인 미 공군의 RC-135S 코브라볼과 E-8 조인트스타스, 한국 공군의 E-737 피스아이가 비행 중이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장 먼저 탐지한 것은 우리의 E-737 피스아이였다”고 말했다.

미 공군의 E-8 조인트스타스는 지상 정찰 레이더를 달아 250㎞ 밖의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어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때 도입 의사를 타진한 기종이다.

하지만 야당은 답답함을 피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사실상 북핵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북핵에 대응하게 되면 북이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는 시간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대변인은 “우리 군이 6분 만에 도발 원점을 고려한 정밀타격 훈련을 한 건 잘한 일”이라면서도 “북한의 도발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순애보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유미·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