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 탄도미사일 완성 땐 상황 걷잡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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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미국의 선제타격’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지 약 세 시간 뒤인 이날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대륙 간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제타격’ 언급 … 달라진 인식 #트럼프와 통화, 북 도발 당일엔 처음 #청와대 “선제타격 예방 종합적 고려” #문 대통령, 아베와는 중국 역할 공감 #“시진핑과 다음달 회담 때 요청할 것”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선제타격은 곧 전쟁”(대선후보 토론회)이라거나 “옵션 중 하나로 (미국이) 얘기하고 있지만 실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언론 인터뷰)고 말해 왔다. ‘선제타격을 막아야 한다’는 이날 발언은 북한의 실질적 핵 위협과 미국의 대북 타격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인식이 엄중해졌음을 보여준다.

NSC에서 문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란 표현 대신 ‘대륙 간을 넘나드는 탄도미사일’이라는 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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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회견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과 관련한)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까닭에 애매모호한 표현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대응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2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여섯 번째 통화지만 북한의 도발 당일, 그것도 5시간 뒤에 이뤄진 ‘긴급 통화’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북한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면밀하게 대응하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도발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평가와 한·미 외교 당국 간의 긴밀한 대화를 바탕으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추가로 합의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두 정상은 “각자 추가적으로 (도발을) 평가해 대응 방안을 검토한 뒤 이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후속 협의를 갖자”는 데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과의 추가 논의 형식은 결정되지 않았다. 각국의 분석을 바탕으로 양 정상이 다시 통화하거나 NSC 간 대화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통화가 선제타격 등을 막기 위한 조치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지만 선제타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선까지는 가지 않았다. 미사일 도발로 북한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갈 수 있고 상황의 변화는 있을 수 있으니 빨리 통화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대북 압박을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더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아베 총리도 “중국이 대북 압박에 더 많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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