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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환경미화원 2명이 13일간 잇따라 목숨 잃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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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차(자료사진). [사진 현대차]

청소차(자료사진). [사진 현대차]

광주광역시에서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이 2주 사이에 잇따라 황당하게 숨지는 사고가 났다.

29일 광주서 청소차 내부 정리하던 환경미화원 사망 #16일에도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 청소차에 치여 숨져 #업계ㆍ구청ㆍ경찰 "부주의에서 빚어진 안전 사고"

29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15분쯤 광주시 남구 양과동 광주환경공단 광역위생매립장 가연성폐기물 연료화시설에서 서구청 환경미화원 A씨(57)가 5t 청소차 적재함 덮개에 몸이 끼였다.

이 사고로 A씨가 크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서구청과 계약을 맺은 민간 청소업체 소속이다.

A씨는 이날 오전 수거한 쓰레기를 연료화시설에 하차시킨 뒤 빠져나오던 청소차를 정리하던 중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에도 운전자와 수거원 2명등 3인 1조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숨진 A씨 주변에 있던 또 다른 동료 수거원 1명은 사고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청소차 운전을 하던 동료 환경미화원 B씨(47)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도로 위의 청소차(자료사진). [중앙포토]

도로 위의 청소차(자료사진). [중앙포토]

경찰 관계자는 “청소차가 쓰레기를 모두 내린 뒤 적재함 내부에 남은 쓰레기를 A씨가 정리하던 중이었는데 운전자 B씨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재함 덮개를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 지역 쓰레기 수거는 A씨가 소속된 민간 청소업체가 맡고 있다. 모두 35대의 청소차(생활 쓰레기 16대, 음식물 쓰레기 14대, 재활용품 3대)가 운행 중이다. 청소차에는 안전을 위한 후방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운전원 1명에 쓰레기 수거원 2명 등 3인 1조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한다. 근로 환경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A씨가 소속된 업체의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일단은 부주의에 따른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자료사진) [중앙포토]

환경미화원(자료사진) [중앙포토]

앞서 지난 16일에도 광주광역시에서 환경미화원이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16일 오전 6시40분쯤 광주 남구 노대동 도로변에서 남구청 환경미화원 C씨(59)가 후진하던 청소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동료 환경미화원인 청소차 운전자 D씨(46)는 도로에 넘어져 있던 C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을 이동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이 새벽에 근무하는 업무 특성상 안전 사고가 잇따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이 청소 업계와 구청 측 입장이다.익명을 요구한 민간 청소업체 관계자는 “대낮에 근무할 경우 차량 통행량이 새벽보다 훨씬 많아 환경미화원들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이번 사망사고를 계기로 최근 광주시가 5개 구청 담당자들과 청소업체 대표, 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대책 회의를 열었는데 당시 근로자들이 안전성, 민원 발생 등을 우려해 낮시간대 근로보다 새벽 근로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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