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 벤젠 기준치의 최고 67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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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와 주한미군 측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팎의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활동가들이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담장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서울시의 토양 시료 채취 방식에 대해 반대하며 기지 내부 오염조사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정부와 주한미군 측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팎의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활동가들이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담장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서울시의 토양 시료 채취 방식에 대해 반대하며 기지 내부 오염조사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이 지난해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팎에서 실시한 지하수 오염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외교부와 환경부는 29일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지난해 두 차례 실시한 주한미군 용산기지 내·외부 지하수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미군 SOFA 공동위원회 #오염 실태 공개는 4월에 이어 두번째 #이번 발표 내용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총석유계탄화수소는 정화기준 17배 #외부 지하수 벤젠도 기준의 470배

이날 발표한 내용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1월 18일에서 2월 23일까지, 또 8월 4일에서 25일까지 두 차례 조사한 내용이다.

용산 미군기지 오염 지역

용산 미군기지 오염 지역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15년 5월 용산 기지 오염도에 대한 1차 결과를 지난 4월에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반환 협상이 진행 중인 부평 미군기지의 토양오염 실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사 항목은 총석유계탄화수소(TPH)·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 등이다.
TPH는 지난해 8월 기지 내부 조사에서 최고 18.8ppm(B09-248지점)이, 지난해 1~2월 기지 내부 조사에서는 14.8ppm(B01-870지점)이 검출됐다.
기지 밖에서는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최대 25.7ppm(BH-16지점)이, 지난해 8월 조사에서는 9.5ppm(BH-06지점)이 검출됐다.
지하수에서 TPH 정화 기준은 1.5ppm인 것과 비교하면, 기지 내부는 이 기준의 최고 12.5배, 기지 외부는 최고 17.1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용산미군기지 오염도 조사지점, 붉게 표시된 지점은 총석유계탄화수소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며, 녹색으로 표시된 것은 벤젠오염도가 높은 구역이다. [자료 환겹우]

용산미군기지 오염도 조사지점, 붉게 표시된 지점은 총석유계탄화수소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며, 녹색으로 표시된 것은 벤젠오염도가 높은 구역이다. [자료 환겹우]

또 벤젠의 경우는 기지 내부에는 지난해 8월 조사에서 최고 10.077ppm(NMW-01지점)까지, 기지 외부에서는 역시 지난해 8월 조사에서 7.051ppm(BH-34지점)까지 검출됐다.
현행 지하수 수질 기준 중 생활용수에서는 벤젠 기준치가 0.015ppm으로 정하고 있어서 기지 내부는 이 기준치의 최고 672배,  외부는 최고 470배에 해당한다.
톨루엔은 내부에서 최고 7.614ppm, 외부에서 최고 2.661ppm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 1ppm의 7.6배와 2.7배에 해당한다.
에틸벤젠은 내부에서 최고 2.897ppm, 외부에서 최고 2.199ppm까지 검출됐다. 기준치 0.45ppm과 비교하면 각각 6.4배와 4.9배다.
자일렌(크실렌)의 경우 최고치가 내부에서는 9.813ppm, 외부에서는 6.083ppm이었다. 기준치 0.75ppm의 각각 13.1배와 8.1배에 해당한다.
외부의 BH-02 지점은 톨루엔·에틸벤젠·자일렌 3항목에서 가장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
기지 내부에서는 B01-874지점에서 에틸벤젠·자일렌 수치가 가장 높았고, THP·벤젠·톨루엔 등도 높게 검출됐다.

용산미군기지온전한반환을위한대책위원회·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9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용산미군기지 내부오염원 2, 3차 조사결과, 공개결정에 항소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미군기지온전한반환을위한대책위원회·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9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용산미군기지 내부오염원 2, 3차 조사결과, 공개결정에 항소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SOFA 합동위원회 측이 이날 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녹색연합 등 시민 환경단체들이 오염도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2015년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지난해 실시한 두 차례 조사 결과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환경부는 이 소송에서도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정부는 대법원 상고 마감을 하루 앞두고 2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정보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주한미군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 신수연 평화생태팀장은 "이번 발표에서도 용산 미군기지 내 오염이 여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지 정화와 관련해 정부가 주한 미군 측에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녹색연합 등이 공개한 과거 용산 미군기지내 유류유출 사고 지점 지도. [중앙포토]

지난 4월 녹색연합 등이 공개한 과거 용산 미군기지내 유류유출 사고 지점 지도. [중앙포토]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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