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끼우는 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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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커제 9단 ○안성준 8단

12보(193~204)=앞서 백은 '패'를 활용해 하변 끝내기까지 알뜰하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게 있다. 하변 백마가 미생마다. 당장 쉽게 잡힐 돌로 보이진 않지만,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겨우겨우 쌈지를 뜨고 사는 것은 싱겁다. 안성준 8단은 어떻게 하면 백마가 가장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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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생각하던 안성준 8단은 한 칸 벌려있는 흑돌들 사이에 194로 백돌을 끼워 넣었다. 언뜻 잘 떠오르지 않는 곳이지만 훌륭한 맥점이다. 박영훈 9단은 "끼운 수가 결정타였다. 흑이 어떻게 대응해도 백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라고 설명했다.

커제 9단은 당황했는지 잠시 뜸을 들이다 195로 오른쪽에서 단수쳤다. 지금은 오른쪽에서 단수치는 이 수가 흑의 최선이다. 왼쪽에서 단수치는 것은 '참고도'처럼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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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이어 자연스럽게 202로 호구 쳐서 한 집을 확실하게 확보했다. 지금 하변 백은 완전히 두 집이 나진 않았지만, 사실상 살아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백은 급하면 A를 이어서 패로 버티며 한 집을 내는 방법도 있다.

흑은 지금 중앙 외벽이 옅어서 당장 백을 잡으러 올 처지도 아니다. 이제 급한 불을 모두 다 껐다. 여유를 되찾은 안성준 8단이 만족스러운 듯 반상을 천천히 훑어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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