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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비상임 위원들 “겨우 돌 지났는데 고치나” 개정반대 주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9시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회의실에선 박은정 위원장 주재로 국·실장 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 참석 7명 가운데 5명 반대 1명 기권표 #과반수 확보해야 의결되지만 7명 확보실패

전날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규정 중 선물비용의 상한선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가 개정안이 부결된 데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박경호 부위원장 등 권익위원들이 전원위원회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박경호 부위원장 등 권익위원들이 전원위원회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부결 과정과 심의 분위기를 상세히 묻는 등 예상 밖의 결과에 상기된 표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원위원(15인) 중 한 명인 박 위원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에 출석하느라, 전원위엔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대책회의에선 결국 당초 29일로 예정했던 김영란법 시행 1년 대국민보고대회 일정을 새로 잡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밖의 사항은 결정하지 못했다.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상정할지, 아니면 일부 수정해서 다시 의결할지, 한다면 또 언제할지 등이다. 연내 개정이 가능한 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권익위 관계자는 “연내 시행령 개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연내 열릴 보고대회에서 김영란법의 긍정·부정적 영향 분석과 평가를 통해 시행령 개정 여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청탁금지법 개정 불발의 여파가 있었다.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 위원장에게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한 말씀 하시라"고 발언권을 넘겼다.

박 위원장은 개정안이 부결된 상황을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불만을 나타내자 이 총리가 "여기서 논쟁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고 한다.

앞서 27일 전원위원회는 2시간30분이 넘게 이어지면서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전원위원 12명 중 개정안에 찬성한 이는 6명으로 과반(7명)에 한 명 부족했다.

판사·변호사·교수 등으로 구성된 외부의 비상임 위원들(모두 8명)이 반대 입장을 주도했던 것으로 권익위 관계자는 전했다.

비상임 위원 측 한 인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갓 1년을 넘긴 상황에서 큰 폭은 아니더라도 손질을 한다는 데 부담이 크다는 취지의 주장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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