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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상상력 … 25인의 유쾌한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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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유의 여신상'이 벌거벗었다. 때는 매화꽃 흐드러진 봄날. 대지는 붉게 물들고 하늘은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알몸의 여신을 향해 날아오는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쏟아진다. 화가 고영미(27)씨는 한지에 채색한 이 그림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을 붙였다. 만화와 동화를 뒤섞은 듯 도발적인 이야기 구성이 한국화가 지녔던 고리타분함을 날려버린다.

쪼그려앉은 아이가 골똘하게 뭔가를 바라본다. 오므린 조그만 입술에서 금방 '그게 뭐야' 목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다. 살짝 든 엉덩이며 땡글땡글한 눈매가 인체와 인형 사이를 오간다. 조각가 김현수(31)씨는 극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조각으로 아이가 찾는 세상이 무한대로 넓다는 걸 보여준다.

고씨나 김씨만이 아니다. '2006 중앙미술대전'이 뽑은 25명 '올해의 선정작가'는 젊은 작가들이 경쾌하게 도약하는 요즘 미술계의 축소판이다. 평면.입체.매체 세 부문에 응모한 566명 가운데서 어렵게 뽑힌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요약하는 한마디는 '상상력'이다. 5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한 사람인 이관훈(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씨는 "일상의 진부함을 뒤집어 엎는 상상력, 심각한 주제를 웃음과 해학으로 녹이는 유머, 자신이 표현하려는 생각과 느낌을 기법과 연결하는 전략 등이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런 경향이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와는 또 다른 신세대 미술인의 뚜렷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작가들이 고른 소재도 저마다 별스러워 상상력의 깊이를 드러냈다. 책 속의 활자나 이미지를 도려내고 뒤집어 욕망을 표현하는가 하면, 부속을 하나하나 종이에 그려 오린 뒤 자동차를 만든다. 만화에 대한 열광, 복제.자아의 정체성.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환영.욕망 등의 주제에 대한 집착이 공통점으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후원하는 '2006 중앙미술대전'은 '올해의 선정작가'에게 작품 제작비 100만 원씩을 지원해 새 작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신작은 6월 18일 ~ 7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심사한 뒤 대상 1명(상금 1000만 원)과 우수상 2명(상금 각 500만 원), 관람객 투표로 뽑는 인기작가상을 시상한다. '올해의 선정작가'는 다음과 같다(http://fineart.joins.com).

평면=강성은·고영미·김태연·노충현·민성식·민재영·박소영·박정연·사윤택·서해근·음현정·이광호·임성수·최병진 ▶입체=김잔디·김현수·서희화·신원재·이희명·임선이·정주미·최진아 ▶매체=권순학·김윤호·이승준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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