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단 이사장 "노동이사제 찬성, 의결권 지침대로 결정…사전 보고 안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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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 국민연금공단]

"주주 제안의 주체가 노조였을 뿐이지 노동이사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지침에 따라 결정한 것이고,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지난 20일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불거진 '노동이사제' 논란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제안을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일부에서 "새 정권 코드에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이사장은 취임 보름만인 2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제도·운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성주 이사장, KB 주총 노동이사 논란에 '문제 없다' #"주총 입장은 기금운용본부 소관, 청와대 관여 안 돼" #공공투자 논란도 '오해 많다' 일축, 투자 여부엔 신중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노코멘트'…"조만간 공모 절차"

  김 이사장은 노동이사제 '찬성' 입장을 미리 보고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윗선의 입김이 사전에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총 안건에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 건 전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소관이다. 공단 이사장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도록 돼 있다"면서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찬성)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는 기금 운용이나 의사 결정에 관여해선 안 된다. 의사결정 시스템을 외부 간섭 없이 공단 스스로 판단하는 게 옳고, 실제로 그렇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라는 표현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는 "노동이사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정확히는) 주주의 일원인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건물.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건물.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꾸준히 이어진 국민연금 공공투자 논란도 "오해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등에 투자하면 적자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연금기금의 원칙 중에는 수익성과 안정성, 공공성이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은 동시에 추구한다"면서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데 왜 돈이 안 되는 공공투자를 하냐는 양자택일적 주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투자에 기금을 쓸지말지는 연구용역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투자할 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 인사에 대해선 '노코멘트'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그는 "조만간 (공모)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이사장은 ▶국민 신뢰 회복 ▶연금다운 연금 ▶기금 운용 개선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내세웠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외부의 압력과 간섭에서 자유로워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금의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금운용은 독립성ㆍ투명성ㆍ전문성을 함께 키우겠다고 했다. 그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연금 제도ㆍ기금 운용의 대원칙이다. 기금 고갈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수익률 신화에서 벗어나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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