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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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당에는 이번 총선이 당의 사활을 결정할 중요한고비다. 다당제가 가능한 중선거구제를 요구하는 것이나 외부인사 영입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는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번듯한 성과가 없어 애태우고 있다.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김종필 총재의 승복 자세등으로 당의 인기는 올라갔지만 그 인기를 국회의석 확보로 연결할 만한 인물이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
거기다가 김 총재가 내걸고있는 「현모양처형」 야당이라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호응 받을 수 있을는지도 불투명하다. 김 총재 자신은 『반대만 일삼는 야당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본때 있는 야당을 해보자』고 말하지만 「본격야당」이기보다 「친여 들러리정당」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화당이 그런 사시적 평가를 벗고 나름대로 독자적인 정당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이번 총선에서 원내에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교두보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공화당은 어느 야당보다 일찌감치 총선체제를 갖췄다.
민주·평민당이 대통령 선거후 체제개편문제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에 대통령선거결과에 대한 대승적 승복, 김 총재의 지난해 12월26일부터 2박3일간의 지방순회를 통한 지방조직점검, 2월 총선·중선거구제의 당론 확정등 총선체제 돌입을 위한 발빠른 포석을 전개해 왔다.
최근 거론된 전두환 대통령·김 총재 영수회담과 지난l6일 이루어진 노태우 대통령당선자·김 총재간 회담제의를 「국민을 위한 화합정치를 펼쳐나가고 국사를 논의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 선거후 새로 형성되는 정치역학관계에서 공화당의 위치를 확고히 해 총선정국을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이끌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에 있어서 공화당은 원내교섭단체를 갖고있지 않기 때문에 민정·민주·평민 3당의 원내총무를 통한 협상에 끼일 수 없는 처지다. 때문에 공화당은 각 당 사무총장이나 각 당 대표간에 선거법협상을 할 것을 주장, -8일부터 당대표간의 당 대당 협상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법개정, 특히 선거구 조정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다. 민정당이 내놓은 1구1∼4인 선거구제나 또는 전면 소선거구제가 실시될 경우 원내 진출은 10석이 못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소선거구제가 실시될 경우 인재난·자금난을 겪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여당의 조직과 자금, 다른 야당의 바람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며 『이는 총선참패뿐 아니라 나아가 공화당의 침몰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총재가 강조하는 대로 원내에서의 「정치다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0∼40석의 원내의석을 갖는 것이 공화당의 목표다.
이를 위해 당론으로 내놓은 것이 2월 총선 실시와 1구2∼4인의 중선거구제.
최재구 선거법개정특위위원장은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면 선거과열로 인한 국가적 낭비,「지역당」출현등 부작용이 많다』며 『지방자치제가 실시될 때의 지방의회와 국회의 성격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중선거구제의 「명분」을 강조하지만 그 배경에는 공화당이 살아남기 위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2월 총선을 주장하는 것은 민주· 평민당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고 자금난을 겪고있는 당내사정으로 보아 선거준비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 김 총재는 『정치는 상대가 있는 만큼 시기 문제는 협상의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 걸음 물러나 3∼4월 실시도 수용할 태세를 보였다.
공화당이 총선대비를 위해 심혈은 기울이는 또 한가지는 유력 인사 영입을 통한 인재난 해소.
현재 미 창당지구로 남아 있는 20개 지구당의 조직책도 문제지만 현 72개 지구당위원장도 당선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재고해야 될 상황이다.
김용채 사무총장은 『당내 분위기는 대통령 선거 때 고생했던 지구당위원장을 우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직국의 한 당직자는 『-명의당선자라도 더 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생각할 때 당선가능성이 높은 인사가 영입되면 지구당위원장이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화당의문을 노크하는 유력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공화당의 고민이다. 김 총재를 비롯해 전 당직자가 유력 인사 영입을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8일 이하우 전 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과 15일 「아폴로박사」로 이름난 조경철교수가 입당했을 정도.
김 총재는 주로 구 공화당 인사들을 대상으로, 김 사무총장은 국민당의 이만섭 총재등과 박찬종의원등 무소속의 현역의원 4∼5명을 대상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화당은 서울지역에「인물」이 부족함을 감안, 이미지가 비교적 좋은 구 정치인과 전직 장·차관등 지명도가 높은 인사들을 찾고있다.·
만약 적절한 인사가 발견되지 않으면 민정· 민주· 평민등 3당의 공천이 끝나는 것을 기다려 남은 인물들을 대상으로 영입교섭을 벌인다는 비상대책도 마련해놓고 있다.
여하튼 공화당은 16일 있었던 노태우 대통령당선자·김 총재 회담에서 노 당선자가 다시 확약했던 「여야공존」을 굳게 믿고 주변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면서 대통령선거직후 김 총재의 깨끗한 매너로 공화당에 갈채를 보냈던 국민들의 여론이 총선때까지 유지되기를 희망하는 입장이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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