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비만 5년간 5% 늘어…절반가량이 편식하고 2시간 이상 TV 시청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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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영양 습관은 소아청소년, 성인기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영유아 영양 습관은 소아청소년, 성인기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직장맘 양모(37·서울 강북구)씨는 6세 딸 아이가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고민이다. 딸은 키 1m2㎝, 몸무게 20㎏으로 과체중이다. 종일 과자·초콜릿을 달고 산다. 양씨는 “나도 어릴 때부터 비만이었는데 아이까지 비만이 될까 봐 걱정”이라며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 식단 조절에 신경을 쓰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공단, 5~6세 건강검진 영양 행태 분석 #편식 43%, 2시간 이상 TV 시청 32%, 아침 결식 4.8% #식사속도 빠르고 TV 오래 보면 32.2%가 비만 #영유아 때 비만하면 합병증·성인 비만 야기 #"만 12~24개월 때 식습관 교육 시작해야" #"육아 환경 개선 지원책 마련 절실"

장모(36·충남 천안시)씨 부부는 3세 아들을 키운다. 아내는 6개월만 육아휴직을 썼고 5개월밖에 모유 수유를 하지 못했다. 요새 아이가 너무 심하게 편식을 해서 걱정이 많다. 장씨는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해서 억지로 떠먹인다. 10~20분만에 밥을 빨리 먹인 다음 TV를 보게 하거나 아이패드를 쥐어준다”고 했다. 아이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TV를 보거나 아이패드를 가지고 논다.

영·유아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1일 5~6세 아동의 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6세 아동의 비만율은 2012년 7.3%에서 지난해 7.7%로 증가했다. 5세 아동은 6.7%에서 6.6%로 거의 변동이 없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6세 비만 아동이 적지 않은 이유는 편식에다 아침 결식, 빠른 식사 속도 같은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다. 편식하는 아동이 2012년 24.6%에서 지난해 42.5%로 급증했다. 2시간 이상 TV를 보는 아이가 32%에 달한다. 2012년 30.9%보다 약간 올랐다. 아침을 거르고 아이가 4.8%, 식사 속도가 빠른 아이는 4.1%다.

빨리 먹고 TV를 2시간 이상 보는 습관이 비만율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식사 속도가 빠르면서 TV를 2시간 이상 보는 아이의 32.2%가 비만이었다. 5~6세 전체 비만율의 약 4.9배에 해당한다. 아침을 거르는 습관도 비만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아침 결식 6세 아동의 비만율은 전체 비만율의 1.14배였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TV를 보는 시간이 길수록 활동량이 줄어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밥을 빨리 먹는 것은 식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라고 설명했다.

5~6세 때 비만이 위험한 것은 소아청소년과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기형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 때 비만한 아이는 소아청소년기에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이 발생하는 건 물론 성인 비만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인 때 비만이면 비만 세포의 크기가 커지지만 소아 비만은 세포의 수가 증가한다. 문 교수는 “어릴 때 비만이면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을 조절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이나 TV 시청을 오래하는 습관은 영유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중앙포토]

스마트폰이나 TV 시청을 오래하는 습관은 영유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이유식 기간인 만 12~24개월 때 식습관 교육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문 교수는 “24개월 넘으면 고집이 세져 교육하기 힘들어진다”며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므로 천천히 씹어먹고 편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영유아 비만을 예방하려면 ▶1년 이상 모유 수유를 하고 ▶TV 시청 시간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며 ▶밥 먹을 땐 식탁에서 부모와 아이가 30분 동안 천천히 함께 먹고 ▶아침밥을 챙겨 먹이는 게 도움이 된다.

영유아 때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려면 부모의 노력이 절실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창진 차의과대 교수는 “보육시설 확대 설치, 육아휴직제도 실시 등 육아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이민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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