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교 교리도 가르친다" 영국 종교계서 운영하는 학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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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국 내 각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자신들이 믿는 종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기본 교리도 가르치기로 22일 합의했다.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종교 간의 갈등이 세계적으로 깊어지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이런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성공회.힌두교.시크교.가톨릭교.이슬람교.유대교.불교 지도자들은 22일 발표한 합의문에서 "학생들이 14세가 될 때까지 기독교 외에 영국의 5대 종교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독교 외의 5대 종교는 유대교.이슬람교.힌두교.시크교.불교를 말한다.

이들은 다종교 교육을 위해 영국 교육부에서 마련한 '종교 교육에 관한 국가 가이드라인'을 따르기로 했다. 영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2004년 만들어졌지만 법적인 강제 규정은 아니었다.

종교계 지도자들은 합의문에서 이번 결정이 "타인에 대한 존중심을 키우고, 편견과 싸우기 위해"라고 합의문에 배경을 밝혔다.

다종교 교육이 학생들을 다양화 사회와 글로벌 경제 시대의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학생들이 여러 종교의 기본교리를 알게 되면 "자신과 다른 종교를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 교육 당국은 종교계의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종교재단 등 학교 운영자의 학생 선발권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부 교육 개혁안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영국에서는 학생 선발권을 강화하면 기득권층.소외계층 간의 위화감이 심해지고, 종교 간 갈등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루스 캘리 영국 교육장관은 "이번 결정은 이해와 포용에 대한 종교계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의적 의견도 있다.

영국 인권협회 앤드루 콥슨은 "환영받을 만한 결정이긴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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