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경파 황병서·김원홍 처벌설 … 북 급변 조짐 주시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어제 불거진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처벌설이 맞다면 우리 당국은 북핵 대응의 맥락에서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황병서 처벌이 김정은 정권 내의 권력관계는 물론이고 북핵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까닭이다. 북한 내 위상으로 볼 때 황병서 등 군 총정치국에 대한 처벌은 김정은 정권의 중대한 노선 변화의 징조일 수 있다.

황병서는 2013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제거하는 데 앞장서 한때 2인자로 꼽혔다. 그러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만경대혁명학원 방문 때 최용해 당 부위원장 등 핵심 실세로 이뤄진 수행단에서 빠지는 등 2~3개월 전부터 위상이 크게 약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다 이번에 최용해의 주도 아래 ‘불손한 태도’를 이유로 처벌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권력 투쟁에서 밀린 게 분명하다.

황병서는 군 총정치국장으로서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을 주도해 온 것으로 믿어지는 인물이다. 반면 최용해는 당에 뿌리를 둬 강경 일변도의 노선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황병서가 처벌받았다면 계속된 도발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김정은이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 10여 일 뒤에 이뤄진 것이어서 시기적으로도 미묘하다. 만약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불안과 민심이반에 시달린 나머지 미국 등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황병서 등 군부 견제에 나섰다면 평화적 해결을 원해온 우리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당국은 대북제재에 더욱 무게를 실으면서도 북한 내의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까지 놓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