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협 이사장 직선으로 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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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이 총선열기에 휩싸여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로 예정된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동리) 이사장단 선거가 현행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란이 문단 일각에서 일고 있다.
최근 문협회원들중 스스로를 「재야」라고 자처한 박영우·한천석·정을병·김우종·천승세·이오덕·정공채·이봉내·김춘복씨 등 1백여명은 성명서를 통해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2천여 회원들에 의해 정직하게 선출되었는지도 의심스러운 대의원들끼리 치르는 현행 문협선거는 지성인들의 집합체인 문단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비민주적 행위』라며 『이같은 선거제도가 10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일부 문단파벌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이득이나 생활방편에 이를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 현행 선거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직선제로라면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동리 이사장의 후임에 누가되든 관심이 없다고 천명한 이들은 이어 『특히 1년에 3억원 (협회예산비 연1억3천6백여만원·협회기관지 「월간문학」 예산비 연1억6천만원)에 달하는 문협 예산의 용처와 행방을 소상히 묻고 싶다』고 주장, ▲정치적·사회적으로 부당하게 고통 당하고 있는 문인, 혹은 심한 병고에 처한 문인들에 대해 문협이 한 일이 무엇이며 ▲막대한 제작비를 받는 「월간문학」이 왜 우리문단의 대표적 문예지가 되기는 커녕 회원용 배포지로 전락하고 말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동리 이사장은 『2천여 회원 전부가 참여하는 직선제는 과열경쟁 등 폐해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변, 그 예로 펜클럽의 직선제가 얼마나 말썽이 많았는가 반문했다. 또 73년부터 「실질적」으로 문협을 이끌어온 오학영 상임이사도 『직선제만이 민주적이라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못박은 후 『직선제를 택할 경우 그 폐해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지역감정·금품살포 등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또한 문협선거를 직선제로 고치려면 최소한 회원 1천2백명 (정회원의 3분의2)이상의 직접서명을 받아 총회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박영우씨 등의 주장을 일부 의견으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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