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랑스 슈발리에장 받은 ‘한국 사진계 여장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16일 저녁 서울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슈발리에장을 받은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장(오른쪽)과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

지난 16일 저녁 서울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슈발리에장을 받은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장(오른쪽)과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한 대학생은 1966년 외신에서 발견한 어느 여성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나중에 미국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된 재클린 자크 부비에가 결혼 전 워싱턴타임스에서 사진기자로 활약한 내용이었다. 숙명여대 ‘숙미회’에서 사진을 공부한 송영숙(69)씨는 젊은 시절의 꿈을 잊지 않고 사진작가가 되고 한국의 첫 사진전문미술관을 세웠다.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장 #페논 대사 “양국 교류 발전에 기여” #남편 임성기 회장과 든든한 후원 #송 관장 “한국 사진 세계화 새 임무”

지난 16일 저녁 서울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대사관저.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는 “수준 높은 전시와 안목으로 한국 사진의 국제화를 이끈 개척자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장에게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 슈발리에장을 드린다”고 서훈의 의미를 설명했다. 페논 대사는 “작품 소장과 전시는 물론 출판, 발굴, 연구 등 사진이 예술이라는 신념에 기초한 사진의 전 분야를 아우른 활동에 더해 특히 프랑스와의 우정 어린 협력과 교류로 창작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치하한다”고 축하했다.

원로 사진작가인 주명덕·박영숙씨를 비롯해 구본창·김영신·최봉림·박주석·이기명·신수진·천경우씨 등 사진계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로 송 관장의 훈장 수훈을 환영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노준의 서울시미술관협의회장 등 문화계 인사들이 건배의 잔을 높이 들었다. 송영숙 관장은 “이 자리에 서니 제 사진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며 잠시 목이 멨다. 그는 “오늘의 수훈자는 내가 아니라 여기 모이신 분들”이라며 “이분들의 공이 모여 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와 사진역사의 소중한 시간이 새 가치를 얻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미사진미술관의 후원자이자 남편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송 수훈자와 함께 인사했다. 2016년 한미약품연구센터가 제7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받은 데 이어 부인이 프랑스 훈장을 받는 등 한미의 개척 정신이 꾸준히 조명되는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21일 한미사진미술관은 개관 14주년을 맞는다. 한미사진상 제정,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운영, 한미사진아카데미 개설 등 한국 사진계를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2006년 문화관광부장관상, 2011년 국무총리상을 받은 송 관장은 이번 슈발리에장 수훈으로 한국 사진의 미래와 세계화를 위한 새 임무를 맡게 됐다. 대한민국예술원에 사진작가 회원이 한 명도 없음을 늘 아쉬워해온 그는 “오늘 이 상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 걸음 한 걸음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찾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한미사진미술관은 방이동 한미타워 19·20층에 있는 전시실을 보강하기 위해 삼청동에 단독 미술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송 관장은 “프랑스 정부가 준 명예를 한국 사진계 모든 분들과 나누며 사진예술의 내일을 새롭게 바라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