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포항 지진 지척인데 공장 1분도 안 세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역대 2위 지진에도 현대차 정상조업한 이유는…지진 매뉴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중앙DB]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중앙DB]

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진 발생 당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정상 조업을 계속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3만여 명의 공장 근로자가 조업을 일시 중단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지진에 대한 대응이 다른 이유는 현대차의 지진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도요타·닛산 롤모델로 #지난해 노·사 日 방문 #진도 4.0 이하 정상 근무 #진도 5.0 이상시 외부 대피

단일 자동차 생산공장 중 세계 최대 규모(495만여㎡·150만 평)인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지진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8)의 진앙지에서는 약 35km 떨어져 있고,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4)과는 약 70km 거리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울산공장이 11시간 동안 멈춰 서자 현대차는 지진 매뉴얼 제작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가을 구성했다. 현대차 노조와 사측이 공동으로 구성한 TF는 지진 발생 빈도가 잦은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를 방문했다. 렉서스 브랜드를 생산하는 도요타 큐슈공장을 비롯해 닛산 큐슈공장, 이스즈 토카이, 도요타자동차의 외주업체 등을 방문해 지진 대피 기준과 지진 발생 시 의사결정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지진 전문 컨설팅 기업에게 조언도 받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야적장 전경. [중앙DB]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야적장 전경. [중앙DB]

이를 기준으로 현대차는 올해 봄 지진 발생 시 비상 매뉴얼을 제작했다. 현대차 지진매뉴얼은 진도 4.0일 때 공장을 일시정지하고 공장 근로자들은 공장 내 대피공간으로 이동하도록 규정했다. 또 진도 5.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전 근로자가 공장 외부로 대피하도록 명시했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5.4였지만, 현대차 울산공장까지 전달된 에너지가 공장을 흔드는 정도(진도)는 3.0이었다. 역대 2번째로 큰 지진이 비교적 근거리에서 발생했지만 현대차 근로자들이 정상 조업한 배경이다.

울산혁신도시에서 지진이 나자 직원들이 대피했다. [중앙DB]

울산혁신도시에서 지진이 나자 직원들이 대피했다. [중앙DB]

현대차는 “공장 내부에 자체 지진 측정기를 구비한 것은 아니지만, 울산공장 안전관리팀이 기상청 지진 정보를 주시하다가 진앙 규모·위치 거리를 입력하면 울산공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다”며 “지진으로 인한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진 메뉴얼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