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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미술관 설계공모] 1등 獨 셰멜의 '매트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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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 백남준(71)씨를 기려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에 설 ‘백남준 미술관’의 설계는 독일의 젊은 여성 건축가 키르스텐 쉐멜(38)이 맡는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29일 오전 수원시 이의동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대회의장에서 ‘백남준미술관 건축설계 국제현상공모’ 심사결과, 1등 당선작에 키르스텐 쉐멜(뮌스터대 교수)의 ‘매트릭스’를 뽑았다고 발표했다.

55개 나라 9백40개 팀이 참가신청을 하고 최종 4백39개팀이 접수한 작품 가운데 2등상은 한국 출신의 재미 건축가 우규승(63)씨, 3등상은 일본 건축가 오카베 노리아키(56)에게 돌아갔다. 키르스텐 셰멜은 상금 2만달러(약 2천4백만원)를 받고 백남준씨와 함께 의견을 나누며 2005년 준공 예정인 미술관의 건축 설계를 진행한다.

설계경기(설계 공모전) 전반을 조율한 최재필(47.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씨가 사회를 맡은 심사결과 발표회는 최씨의 표현대로 "새 '건축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름없는 30대 여성 건축가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 손꼽히는 백씨의 작품을 담을 그릇을 설계한다는 자체가 화제가 됐다. 공동 심사위원장인 프랑스의 여성 건축가 오딜 데크(48)는 "1973년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설계경기 때 논란을 일으키며 당선됐던 렌조 피아노는 당시 34세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됐다"며 "셰멜의 작품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기뻐했다.

'백남준미술관' 국제 설계경기는 21세기 들어 활발해진 미술관 건축의 한 본보기로 지금 세계 건축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제건축가연맹(UIA) 이 진행을 맡아 전 과정이 인터넷에 소개되는 등 건축 동네의 뉴스 초점이 된 이번 행사는 나흘동안 4차에 걸친 열띤 토론을 거쳐 최종 2개 작품을 놓고 다시 크리틱을 한 뒤 만장일치 비밀투표로 당선작을 골랐다. 김종성 공동심사위원장(68.서울건축 종합건축사 대표)은 당선작 '매트릭스'를 "백남준씨의 예술세계와 호흡을 같이 한 실험적이며 이상에 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매트릭스'는 언덕이 진 미술관 대지에 잘 호응할 수 있는 격자망 지붕을 설치해 작품 환경이 수시로 변하는 비디오 아트의 전시 공간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백씨가 창조한 비디오 아트의 정신처럼 셰멜의 미술관 설계는 "예술로 미래를 사유하고, 예술과 현실을 뒤섞으며, 예술이 '기술의 탈 신격화'를 선언할 수 있는 공간"을 낳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중론이다.

오딜 데크 공동 심사위원장은 "백남준미술관 설계 당선작은 반쪽의 성공이다. 나머지 반의 성공은 시간과 한국쪽 건축 파트너에 달려 있다. 한 두 달 먼저 짓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충실하게 백씨와 대화를 나누며 외국인인 설계자의 뜻을 제대로 받쳐줄 한국 건축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031-231-8531.

수원=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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