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내가 웃는게 행복하고 남들이 웃는게 행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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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주위 지인들 중에 꼭 한명씩은 ,그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개그를 평생의 업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개그맨이라 부르고, 그들의 말과 몸짓에서 웃음을 얻으며, 활력을 찾는다. 그러나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는 개그맨들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개그맨 중의 개그맨들이다. 바로 이러한 개그맨을 꿈꾸는 개그맨 지망생들을 만났다.

"표 사셨어요?"
"네"
"옆에 웃찾사가 더 재밌는데? 글루 가세요. 근데 환불은 안되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코미디아트홀 앞에는, 똑같은 반팔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대학로 개그콘서트팀’의 멤버들이다. 좀 전에 끝난 공연에 피곤할 법도 한데, 그들은 쉴 새 없이 관객들의 기다림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 시간, 5평 남짓한 대기실에서는 배우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물론, 대본은 미리 짜여져 있지만, 개그의 특성상,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템들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다.

대학로 개그경력 1년차인 김준현(27)씨는 " 아이템 이라는 게 계속 생각한다고 떠오는 게 아니에요. 밥을 먹다가도, 화장실에 있는 그 순간에도 번뜩하고 스쳐지나가죠. 그 때를 놓치면 안 되요. 그게 개그의 생명이거든요." 라며, " 그 아이템을 동료들과 의논하고, 연습해 보면서, 괜찮다 싶으면 그게 공연의 한 코너가 되는 거죠." 라고 말했다.

왜 개그맨이 좋으냐고 묻자, 햄버거로 지난 끼니를 때우고 있던, 박영진(27)씨가 대답한다. " 내가 웃는 게 행복하고, 남들이 웃는 게 행복하니까요. 저도 사실 개그맨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들의 이력은 다양하다. 레크리에이션, 코미디학 등 관련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부터, 식품영양, 산업경영, 철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 까지, 그들은 보통, 대학 재학 중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이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공연은 예상대로, 시시각각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영화패러디에 이르기 까지, 여러 짧은 공연으로 구성된 공연은 TV 개그프로그램과 구성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답게, 관객들과 적절히 호흡하면서, 술자리 친구를 즐겁게 하듯, 사람들과 함께 웃음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는 거짓말 하면 침을 뱉는 버릇이 있는데, 어머 근데 이 분은 김태희 닮으셨다. 퉤~”
“대사가 기억 안 날 때도 있는 거야! 이 사람들아~야 거기부터 다시 해봐~”

또한, 공연이 끝난 뒤, 원하는 관객들과의 기념촬영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면,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최상의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한 시간 반 정도의 공연이 끝났지만, 아직 4번의 공연이 더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하루 일과 대부분이 공연인 탓에, 그들에게 공연은 곧 연습이고, 공연에 더 열중할 수밖에 없다. 오는 3월 KBS공채 시험이 있기 때문이다. " 경쟁률이 한 100:1 정도 될 거에요. 하지만,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실기에 쓸 아이템을 시험하고 있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요." 라며 웃는 김영조(24)씨는 "안상태 선배님을 비롯, 김대범, 조세호 선배님 등 많은 선배님들이 이곳을 거쳐 가셨죠. 저희도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보통, 한 공연에 40~50명 정도가 찾는다는 이곳 작은 소극장에서 그들은 '미래의 안어벙'이라는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공연에, 식사는 거르기 일쑤고, 쉰 목에, 몸살은 떠나질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웃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들. 지금은 작은 소극장이지만, 언젠가 브라운관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웃음폭탄을 날릴, 그들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 본다.
[장원석 /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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