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절묘한 「영화속의 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화 『지젤』(원제 Dancers)은 구성이 절묘하다. 「허버트·로스」 감독은 「영화 속의 영화」 기법을 사용했다.
고전발레 『지젤』 공연을 준비중인 발레단원간의 사랑이 바로 『지젤』의 작품내용(1막) 과 똑같이 전개되면서 발레와 현실이 교묘하게 교차된다.
청순한 신인 발레리나(발레 속에서는 시골처녀)와 바람둥이 주인공(공작)과의 사랑, 돈 많은 미망인(공주)의 약혼반지의 상징, 주인공의 참회….
다만 죽음의 설정만이 다르게 처리됐을 뿐이다.
이탈리아의 한 해안도시에서 『지젤』 공연을 준비중인 아메리컨 발레 디어터(실제 단원들이 모두 출연한다)의 리더 「토니」(「미하일·바리시니코프」)는 신인단원 「리자」(「줄리·켄트」)를 보고 첫눈에 반해 유혹한다.
이미 이탈리아 현지청년과 데이트중이던 「리자」지만 평소부터 흠모해온 슈퍼스타의 구애를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토니」의 약혼사실을 돈 많은 미망인의 반지를 보고 확인한 「리자」는 연습장을 뛰쳐나간다. 바닷가에서 「리자」의 젖은 옷을 발견한 「토니」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그러나 죽은줄 알았던 「리자」는 막뒤에서 「토니」의 공연을 조용히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다. 배신을 원망하는 눈물이 아니라 혼이 깃든 발레에 대한 감동의 눈물이다.
고전발레를 주제로 한만큼 고전적 향취와 청순한 사람의 분위기가 충만한 고급영화다.
실제 아메리컨 발레 디어터 단원들이 펼치는 『지젤』의 하이라이트가 일품. 「바리시니코프」를 비롯해 「레슬리·브라운」 「알랙산드르·페리」등 세계적 발레스타들의 현란한 발레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가슴 뿌듯한 덤이 아닐 수 없다. 「로슨」 감독의 부인은 유명한 발레리나 「노라·케이」. 이 영화가 완성되자마자 사망했다. 그만큼 발레에 대한 「로슨 감독의 열정과 식견이 느껴진다.

<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