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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위 "성범죄자 사진·주소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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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성폭행범에 대한 전자팔찌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성범죄 전과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각양각색의 처벌 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외국처럼 성범죄자의 신상을 상세히 공개하자는 주장은 기본이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약물 주사로 성기능을 무력화하자는 강경 제안까지 나왔다. 특히 국가가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제약할 수 있다"며 과도한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 성범죄자 신상공개 확대해야=청소년위원회 최영희 위원장은 21일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초범도 사진과 주소 등 세부 신상정보를 공개해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위는 이미 지난해 비슷한 방안을 추진했으나 인권위가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노출시키면 성범죄자의 사회복귀가 어렵다"며 반대해 불발에 그쳤다.

YMCA 등 10여 개 여성.청소년단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가해자의 정확한 주소와 사진, 직장 등을 주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신상은 성명, 시.군.구까지의 주소, 직업까지만 공개하도록 돼 있다. 올 6월부터는 피해 청소년 및 가족과 학교장에게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만 여성.청소년단체는 이것도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성범죄자 가중처벌 법안이 무더기로 제출됐다.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문희 의원은 어린이를 강간하거나 강제 추행하는 피의자는 무조건 실형을 선고토록 하는 성폭력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성폭력범에게 약물을 주사해 성기능을 무력화하는 '화학적 거세법'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성범죄자의 성 충동을 억제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초등생 살해 피의자가 지난해 성추행했던 어린이와 가족을 상담한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당시 피의자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공탁금을 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며 "사법기관이 아동과 어른 성폭력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연세대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소아기호증(pedophilia) 환자는 치료가 힘들고 환자들이 병으로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인권도 중요=인권위는 신상공개의 경우 이중처벌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인권위 홍관표 사무관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등록해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며 "범죄자가 인격을 형성할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해 재사회화가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팔찌 법안에 대해서도 인권운동 진영에선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사회인권국장은 "적용 대상의 폭(재범 이상)이 너무 넓고 다른 범죄로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될 우려가 든다"며 "차라리 성범죄의 형량을 높이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상임활동가는 "성폭력 피해 문제를 가해자.피해자 구도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보다 근본적인 성폭력 예방조치를 위해 성범죄자의 교화, 피해자에 대한 인권친화적인 조사환경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법'도 약리적 후유증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박성우.김호정 기자 <blast@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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