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만든 동양식 화장실 설치한 텃밭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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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끼고 공짜 비료 만드는 화장실...서울대가 개발한 동양식 화장실 ‘토리’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텃밭. 서울대 연구원을 포함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수확을 앞둔 무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무의 잎과 뿌리의 크기를 재며 근처 다른 텃밭의 무와 비교했다. 한 연구원은 “새로운 비료를 준 무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날 텃밭에서의 조사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비료의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비료는 서울대 연구센터가 개발한 ‘동양식 화장실’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생산됐다. 이 화장실의 이름은 ‘토리(土利).’ 땅에 이로운 비료를 생산하는 화장실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물을 아끼도록 설계된 친환경 화장실 '토리'의 샘플. [자료 서울대]

물을 아끼도록 설계된 친환경 화장실 '토리'의 샘플. [자료 서울대]

토리는 서울대 공대의 ‘지속가능 물관리 연구센터’에서 개발됐다. 사람의 분뇨로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성과에 앞서 ‘서양식 화장실에서 낭비되는 물을 아껴보자’는 생각이 중요한 개발 동기였다.

연구센터장인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우리가 쓰는 서양식 화장실은 깨끗한 물을 오염된 물로 바꾸면서 용변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소변을 처리하는 데도 꽤 많은 물이 낭비된다”고 말했다. 그는 “편리한 대가로 하천이 오염되고 에너지가 과다 사용돼 우리 후손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토리를 만든 이유다”고 설명했다.

'토리'는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변과 소변을 분리해 간단하게 비료로 만들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료 서울대]

'토리'는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변과 소변을 분리해 간단하게 비료로 만들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료 서울대]

토리는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이다. 소변과 대변이 내려가는 부분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별도의 공간에 모이게 했다. 따로 모인 대변과 소변은 각각 퇴비와 액비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한 교수는 “대변과 소변이 섞여 있으면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정화가 되거나 비료가 된다. 토리는 처음부터 대변과 소변을 분리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비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토리의 사용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수돗물 및 하수시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섬이나 산간 지역, 고속도로 주변이나 저개발국가 등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토리가 시범 설치돼 여기에서 나온 비료를 사용한 노원구의 천수텃밭 관계자는 “일반적인 비료는 20㎏당 2만~3만원이 들어간다. 토리에서 생산된 비료는 돈이 들지 않고 효과도 더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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