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때 양도차익 3조원 넘는데…양도세 0원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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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이 성사될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얻게 되는 이익에 대한 세금 추징이 가능할까.

21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9조4478억원. 지분 50.53%를 보유한 론스타의 몫은 4조7740억원에 달한다. 2003년 10월 1조3833억원을 투자한 론스타는 3년도 안 돼 3조3907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린 셈이다. 한국 기업이 이만큼 이익을 냈다면 최고 세율 36%를 적용해 1조2206억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론스타는 한푼도 안낼 가능성이 크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내세운 'LSF-KEB 홀딩스'란 자회사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와는 이중 과세 방지 협정이 체결돼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물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론스타의 스타타워 빌딩 매각 세금 추징처럼 LSF-KEB 홀딩스를 도관(導管)기업(Conduit Company: 명의만 본사에 빌려주고 제3국에서 발생하는 투자 소득을 본사에 보내는 조세회피용 회사)으로 보고 미국 본사에 과세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마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시는 한.미 조세협정이 있고 부동산 양도차익이라서 과세가 가능했지만, 외환은행의 경우는 주식 양도차익인 데다 과세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론스타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은행에 투자했던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털(제일은행)과 칼라일(한미은행)에 대해 과세하지 못한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이주성 국세청장이 국회에서 과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두고 보면 안다. 탈루 부분이 있으면 분명히 과세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단 국내 론스타 지사를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한국지사가 (외환은행 거래를) 주도했다는 등의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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