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친구 어머니 위해 보증섰던 20대, 안타까운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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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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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하는 친구 가족을 위해 보증을 섰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은 20대 청년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던 A씨(28)는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위로했다.

A씨는 치료비를 마련하려 은행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출을 받으려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보증을 섰다. 그러나 친구 어머니는 완치되지 못하고 숨졌고 희망을 잃은 친구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A씨는 6000만원이라는 큰 빚마저 떠안게 됐다. 모아놓은 돈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절반가량을 갚았지만, 아직 남은 수천만원의 빚이 A씨를 옥죄었다.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해도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끙끙 앓다가 결국 지난달 직장도 그만뒀다.

심신이 지친 A씨는 결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된 여성 B씨(25)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이들은 SNS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지난 11월 7일 부산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의 사연을 알지 못한 채 같은 목적으로 만난 이들은 큰 종이 상자에 번개탄 등을 담아 11월 8일 오후 6시경 여수의 한 모텔로 들어갔다. 다음 날인 11월 9일 오후가 되도록 이들은 모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오후 8시 24분경에 인터폰을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모텔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욕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미 숨져 있었고 B씨는 머리와 옆구리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욕실에는 불에 탄 번개탄 2장과 연탄 1장, 휴대용 가스버너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 A씨 등의 신병을 가족에게 인계할 방침이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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