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집 거실 활용 … 영화 보고 독서 토론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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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의 집 프로젝트’ 김성용씨 

타인의 생활공간에 흥미를 느끼는 심리를 활용해 소규모 문화행사를 여는 김성용씨. [오종택 기자]

타인의 생활공간에 흥미를 느끼는 심리를 활용해 소규모 문화행사를 여는 김성용씨. [오종택 기자]

IT 회사에서 일하는 김성용(35)씨의 서울 연희동 집에는 2주에 한 번씩 낯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김씨가 진행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모임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남의 집 거실에 모인 사람들이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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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매번 다르다. 김씨의 집 거실에 있는 많은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날은 ‘남의 집 도서관’, 자신의 커리어와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날은 ‘남의 집 멘토링’, 함께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공유하는 날은 ‘남의 집 영화관’이다. 지난 8월 ‘남의 집 영화관’에서는 영화감독 홍상수에 관한 독립영화가 상영됐다. 사람들은 자신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며 밤늦게까지 웃고 떠들었다.

직장인인 김씨가 올 1월 처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는 ‘거실을 이용해 재밌고 의미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평소 북카페처럼 예쁘게 꾸며놓은 김씨의 거실은 친구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였다. 인스타그램에 조심스럽게 이런 계획을 알리자 얼굴도 모르는 많은 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 시간 이상 차를 타고 와서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로 만나 고향 친구보다 더 끈끈한 술친구 관계가 된 이들도 있다.

김씨가 올 초 만든 ‘남의 집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 수는 1100명이 넘는다. 매번 8명 정도만 모집하다 보니 참여 경쟁이 치열한 경우도 생긴다. 처음에는 무료로 진행됐지만, 예약 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최근에는 한 사람당 1만원씩의 참가비를 받고 있다. 김씨가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새로운 사람의 집에 놀러가 보고 싶었어요”라고 한다.

반응이 좋다 보니 김씨 말고도 자신의 거실을 내주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생겼다. 취미인 음악감상을 위해 집에 좋은 음향기기를 갖춰 놓은 한 중년 남성은 자신의 집에서 음악을 듣자고 제안했다. ‘남의 집 음악감상실’은 지난 7월 그렇게 열렸다. 한 와인가게 사장은 자신이 만든 음식과 와인을 대접하는 ‘남의 집 비스트로’를 진행했다.

김씨의 목표는 더 다양한 ‘남의 집’들을 섭외하는 것이다. 공간이 다양할수록 다채로운 만남과 이야기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24건의 ‘남의 집 프로젝트’ 속에서 문지기 김씨가 느낀 것은 이것이다. ‘누군가의 집이 다른 사람들에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구나.’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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