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불면 바람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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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이라 했던가. 봄바람 솔솔 불어 대동강물 풀린다는 우수(雨水)도 지났건만 귓바퀴 에이는 하늬바람의 심술은 여전하다. 경칩을 앞두고 기지개 켜려던 '아침형 개구리' 한 마리, 화들짝 놀라 빼던 고개를 거둬들인다. 은근한 한기(寒氣)가 뼛속까지 사무치는 2월 어느날, 분당 중앙공원에 범상치 않은 복장의 아줌마 부대가 등장, 눈길을 잡아 끈다. 생기 넘치는 낯빛에 추위 따위는 이미 가고 없다.

"저희요? '바람난 가족'이죠. 이젠 '그'를 뺀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MTB(산악자전거) 주부모임인 분당자전거여성회원들이 내는 한목소리다. 바람난 상대인 '그'가 자전거임은 불문가지다.

이들의 자전거 사랑은 상식선을 훌쩍 넘어선다. 날렵한 헬멧과 몸에 딱 달라붙는 유니폼, 한눈에도 고가임을 눈치챌 수 있는 전문산악자전거는 이들 동아리 활동이 이미 프로 수준임을 말해준다.

이들의 자전거 인연은 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남시가 생활체육의 저변확대를 위해 만든 MTB자전거 교육프로그램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현재 회원은 50여명으로 주 연령층은 50~60대다. 최고령자는 최루시아 씨로 올해 69세.

회원들은 3~10월 평일 오전 10시부터 두시간 동안 자전거를 탄다. 동네야산을 주로 오르지만 심심찮게 용인 에버랜드나 안면도 등 원정에도 나선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겨울. 게다가 눈이 내리면 만사 휴의(休矣), 동작 그만이다.

"겨우내 집에 있다보면 자전거가 눈앞에 삼삼해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좀이 다 쑤셔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요즘은 회원들끼리 연락해 매일 만납니다." 노순자(51.야탑동) 회장의 말에 활력이 넘친다.

'바람난 자전거' 앞에 계절은 물론 나이도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2004년엔 50~60대 회원 17명이 인제~한계령~속초 해안도로에 이르는 극기 코스를 한 사람 낙오 없이 자전거만으로 주파해냈다. 2박3일의 강행군에 육체적 피로가 몰려왔지만 회원들의 얼굴엔 소녀처럼 싱그런 미소가 번졌다. 노 회장은 "힘은 들었지만 여고시절 수학여행 온 것 마냥 설레고 재밌었다"고 회고하면서 "자전거는 건강한 중독이다. 요령을 익히면 생각만큼 힘들지 않고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을 느끼고 자연을 만끽하다보면 세상은 내것이 된다. 그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금곡동에 사는 한순옥(52) 회원은 "자전거 탄 후로 감기나 몸살을 앓아본 적이 없다. 관절도 좋아져 몸이 가뿐하다"며 "우리 회원 사전에 갱년기란 단어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옥(55.수지) 회원도 "단순한 취미에 그치지 말고 일상과 더욱 밀착되기를 바란다. 은행이나 장 보러 갈 때 자전거 타고 가면 기름도 절약되고 환경이나 나라 살림살이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자전거 예찬론을 폈다. http://cafe.daum.net/bdwb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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