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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화합·문민정치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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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6공화국의 우선과제는 무엇인가. 현대사회연구소가 28, 29일 서울롯데호텔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대토론회를 벌이고있다. 이 자리에서 안청시교수(서울대)는 「13대 대통령선거의 평가」, 김호진교수(고려대)는 「한국의 민주화 과제와 전망」, 김일철교수 (서울대)는 「화합실현의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13대 대통령선거 평가>
이번 선거를 선진민주사회로 가기위해 꼭 극복해야할 도전요소들에 초점을 맞춰 돌이켜 보면먼저 이번선거는 5공화국 출발부터 문제되었던 정치권력의 정통성시비를 적어도 합법성의 차원에서는 잠정적으로 종지부를 찍게 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과 민족적 이념에 일치하는 권력의 정당성을 창출하는 일은 합법성으로만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새정부가 얼마나 광범한 국민적 합의와 화해정신에 기초해 권력기반을 창출하느냐에 해결의 초점이 모아진다.
둘째로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기와 요구수준은 매우 높았던데 비해 실제로 그 과정을 이끌어가야할 정치적 담당세력의 조직과 능력은 이에 훨씬 못미쳤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구조의 맹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셋째, 우리나라의 정치구도에서 야당의 존재의의와 그 역할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촉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자기분열로 인해 국민과 역사앞에 죄를 짓는 패배를 당했다.
넷째, 산업화과정에 깊숙이 접어든 우리사회의 갖가지 특성과 다양화의 징후가 역대 어느선거에서보다 명백히 표출되었으며 투표결과에 있어서도 계급사회화의 경향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
끝으로 우리는 40년간이나 계속돼온 부정선거시비를 아직도 마감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대의제의 원리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달려있고 대의제의 성패는 선거가 얼마나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제6공화국은 민주화를 실천하는 과업은 물론 문민정치로 가는 가교를 수립해야할 역사적 책무를 안고 출범하게 되었다.

<민주화 과제와 전망>
오늘의 시점에서 본 한국의 정치발전목표는 새로이 탄생한 정치질서의 구조와 기능이 보다 민주주의이념에 충실하면서 그것이 현실정치의 영속적 메커니즘으로 제도화할수 있게 하는 일이며 정치적 폐습과 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관행과 전통을 쌓아가는 것이다.
이같은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인면에서 △지자제의 실시△의회주의의 확립△언론과 학원의 자율화 △노조등 이익집단의 활성화 △사법부의 독립 △행정부와 군부의 정치적 중립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치·행정적으로는 당풍쇄신과 행정개혁을 통해 정당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봉사행정의 기틀을 확립해야하며 군정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
또 5공화국의 과오를 과감하게 시정하고, 특히 고위층과 그 인척에 대한 추문도 규명돼야 하며 권력을 전리품화 하거나 독점하지 말고 모든세력과 계층을 포용, 국민화해정치를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광주사태의 책임규명과 보상문제를 납득할 수 있게 해결해야 하고 △정치적 이유로 구속된 사람은 전면 석방돼야 하며 △정치적 이유로 공민권이 상실된 사람은 복권돼야 한다.
요컨대 억압적 배제정책은 이제 구체제의 종언과 더불어 폐기되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군부와 민정당주축의 지배동맹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보통사람의 목소리가 정책체계에 대거 투입되는 보통사람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펴나가야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제도권과 비제도권간의 대립적인 이원구조를 일원적으로 통합하는 조치도 관용과 인내로써 추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권세력이 이념적인 편집증과 배타성을 지양하고 고도의 정치력과 논리의 구사를 통해 이념적 대결구조를 극복하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

<화합실현의 과제>
화합은 정치적 반대와 갈등관계를 정치적 우정관계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자유민주선거제도는 국민여론의 분열을 일시적으로 가져오지만 그 분열은 합의를 전제로 하고있어 별 문제없이 수습되는게 통례이나 우리선거의 경우에는 매우 심각하고 특수하다.
우선 정치·경제적 이념을 둘러싼 체제논쟁으로 급진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간의 대립과 불신이 기성세대와 신진세대간에 첨예하게 계속돼왔다.
민중론과 삼민주의를 둘러싼 좌경사상논쟁은 지식인과 학생들 사이에 많은 불신과 긴장을 조성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지하에서만 활동하고있어 자유민주주의신봉자인지 좌경공산주의자인지, 그들의 목표가 반정부인지 공산주의 혁명운동인지 불분명하다.
정반대의 적대적 이념과 사상이 우리사회에 있다면 목표, 혹은 수단에 관한 「잠정 협상」이 화합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 이들의 사상과 이념집단의 지상화(공개화)를 통해 정체를 분명히 하고 무조건적 화합에 앞서 제도권속으로 끌어들이는게 우선적 과제다.
일부지역에서 특정후보지지율이 93%가 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특수한 사례다. 가장 중요한 배경변수는 광주사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점에서 광주사태에 대한 정치적 해결은 단순한 지역감정차원을 넘어서서 화합정책의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 보여진다.
정치적 화합이 우선적 과제가 된 이유는 야당후보자의 지지율이 더 많았다는 산술적 근거도 있지만 민주화라는 숙명적·시대적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화합은 우선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는데서 찾아야한다. 이런점에서 선거과정중 말썽의 소지로 등장할 수 있었던 부정선거시비를 빨리 청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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