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살인 무기’를 싣고 도로를 달릴 수 있었는지···,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진실을 꼭 밝혀야 합니다.”
지난 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터널 앞에서 5t 화물차 폭발·화재 사고로 스물세 살 꽃다운 딸을 잃은 배모씨.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탄했다.
그의 딸 등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참사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반대편 차로에서 달리던 화물차가 중앙분리대와 부딪힌 뒤 기름통들이 폭탄처럼 건너편 차선 차량 위로 우수수 떨어질 거라고 꿈에라도 생각했을까.
이번 사고는 대형차량의 관리 부실에서 빚어졌다. 사고를 낸 화물차는 윤활유와 방청유(기계가 녹스는 걸 막는 기름) 통 196개를 싣고 출발했다. 무게만 7.5t에 달했다. 화물차는 차 무게의 110%인 5.5t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는데 제한 기준을 크게 어겼다. 또 뚜껑 없는 적재함에 위험물질을 다량 실으면서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다.
화물차는 창원터널을 빠져나온 뒤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1㎞를 달리다 중앙분리대와 부딪히며 화염에 휩싸였다. 화물차에 실린 기름통들이 불붙은 채 반대편 차로로 날아가 창원터널 방향으로 가던 차량 9대를 덮쳤다. 화물이 제대로 고정만 돼 있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숨진 화물차 운전기사 윤모(76)씨는 고령에다 몇 달 전 암 수술도 받았다고 한다. 최근 2년간 10번의 교통사고 이력도 있었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취득해야 할 화물운전 자격증도 없었다. 그런데도 화주 등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그에게 위험물 운송을 맡겼다. 윤씨가 운송회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해 일감을 받는 지입차주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화물 운송을 맡길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고 원인이 기사의 졸음운전 같은 신체 이상 때문인지, 아니면 브레이크 파열 등 차량 결함이었는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대형 화물 차량은 지금도 시한폭탄처럼 우리 곁을 지나다니고 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이번 사고는 세월호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전의식 강화든 철저한 행정 조치든 이제 말뿐인 안전 대신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번지고 있음을 교통안전정책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