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끝까지 같이 못할 분 있어도 간다” … 호남 중진과 결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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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안 대표가 현지시간으로 오전 5시20분 “지금이라도 당의 미래를 위해 (안 대표의)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같은 당 유성엽 의원의 사퇴 압박에 이같이 반박했다.

당내 사퇴압박에 외유 중 작심발언 #안철수 흔들기 도 넘었다 판단한 듯 #바른정당과 통합·연대 놓고도 갈등 #측근 “머지않아 갈라설 때가 올 것”

유 의원은 이날 오전 8시34분(이스라엘 시간 오전 1시34분) 지역위원장들이 모인 바이버방에 “안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한 것도 비정상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출마했는데도 당선된 것은 당이 비정상”이라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 게 뭐가 있냐”고 적었다.

이스라엘에서 이 글을 본 안 대표는 “힘들지만 오래 참고 있던 몇 마디를 하려 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어느 분은 제가 적폐청산을 반대한다며 ‘중대결심’을 언급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비방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다”며 “(유 의원을 향해)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거란 생각마저 든다”고 적었다. 안 대표가 이날 글을 올린 건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당내에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 체제를 끝내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미 안 대표 체계로는 당을 이끌 수 없다는 데 동의하는 의원이 상당수”라며 “집단 지도 체제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 다른 초선 의원도 “안 대표의 리더십에 반발하는 의원이 다수”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부터 ‘국민의당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안 대표에 대한 퇴출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글도 돌았다.

이 때문에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는 안 대표의 글은 호남 중진 의원에 대한 전면전 선포로 보는 시각도 많다. 안 대표는 이날 ‘호남민심’에 대해서도 “늘 전가의 보도처럼 ‘호남민심’이 동원된다”며 “민주당 들러리 서는 역할을 하다가 소멸되라고 요구하는 건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안 대표와 호남 중진들이 격돌할 지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연대 문제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진 이상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가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연합·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안 대표는 “(분당은 이미) 예상된 상황이니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연대나 통합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 대표가 호남 중진 의원들과 결별까지 각오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안 대표의 오늘 글은 누가 뭐라 해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길로 간다는 걸 명확히 한 것”이라며 “당내 설득을 계속하되 끝까지 반대하는 의원들은 자기 길을 가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도 “민주당 쪽을 바라보는 의원들과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겠나. 나는 곧 갈라설 때가 온다고 본다”며 “안 대표가 최근 그분들을 버리고라도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7일 오후 귀국한다. 안 대표가 호남 중진들과의 충돌을 불사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임에 따라 내부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통합을 놓고 시끄러웠다면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등 복잡한 양상으로 갈등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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