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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열린우리 어떤 변화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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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9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통화했다. 전날엔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눴다.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그러곤 곧바로 대구로 내려갔다.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을 한나라당 텃밭으로 잡은 것이다. 정 의장은 인혁당 묘소와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부터 찾았다. 오후 방문한 대구의 혁신도시 개발 예정지에선 "인혁당은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의 과거이고 지하철 참사는 한나라당이 장악한 썩은 지방정부의 부실이 드러난 현재"라고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 지방선거 결과가 최대 변수=정 의장이 취임 직후부터 한나라당과 날카롭게 대치하는 것은 5월 지방선거를 의식해서다. 선거 결과가 좋으면 그 프리미엄을 업고 곧바로 대권후보로 직행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대권 수순에 당장 경고등이 켜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18일 의장 수락연설에서 "김근태.김두관.김혁규 등 최고위원들과 함께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르겠다"고 했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5월 지방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 꺼풀만 들춰보면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정 의장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김근태-김두관'측으로선 '5월 지방선거 패배=정동영 의장 책임'이란 정치방정식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두 가지 논리가 충돌하는 영입작업=고건.강금실 등 외부인사 영입작업은 정 의장 앞에 놓인 최우선 현안이다. 전당대회 내내 '민주세력 대연합론'(김근태 후보)에 맞서 당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자강론'을 펼쳤던 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정치논리가 충돌할 수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고건 전 총리나 강금실 전 장관 등 외부인사를 무조건 영입해야 한다'는 것과 '이들이 당으로 입성할 경우 대선후보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 의장은 이날 고.강 두 사람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영입 분위기 조성을 위해 움직였다.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과의 관계 정립도 마찬가지다. 이들과의 연대가 지방선거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방선거 후 대선게임은 더 많은 변수를 양산할 게 뻔하다.

◆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 가능성='정동영-김혁규' '김근태-김두관'의 연대가 드러났다. 향후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카드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대 친노그룹으로 양분될 공산도 있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여권 내 역학구도는 물론 2007년 대선구도도 요동칠 수 있다.

이수호, 대구=채병건 기자

◆ 인혁당 사건이란=1974년 4월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반정부 대학생 조직이 적발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대학생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3명을 구속했다. 법원은 이 중 8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사형이 선고된 8명은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한 지 20여 시간 만에 서둘러 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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